[배철현 칼럼] 잡스·다빈치·아인슈타인···디지털시대 새로운 인재상

noname02

인간과 기계 공생 핵심쥐어야 미래사회 선도

[아시아엔=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인문학, 예술, 그리고 과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이 디지털시대에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나는 어렸을 때 스스로를 인문학도라 생각했지만, 전자기술도 좋아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문학, 예술, 그리고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서있는 사람들이 디지털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지점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시대의 핵심인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가능케 하는 핵심을 쥐고 미래사회를 쟁취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인문학, 예술, 과학이 만나는 지점 인식해야

인문학, 예술, 그리고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혁신이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an)은 cosmografia del minor mondo 즉 ‘소우주의 우주지도’라고 말한다. 인간의 몸이 우주원리에 대한 은유라고 믿은 것이다.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이 세 분야가 창조적으로 융합되는 창조성의 상징이다.

아인슈타인도 ‘일반상대성 이론’을 구축하다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자, 바이올린을 꺼내 모차르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연주를 통해 공간의 조화라고 부른 신비한 세계를 경험한다. 인간에겐 컴퓨터나 알고리즘이 풀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있다. 19세기 영국 시인 바이런의 딸로 태어난 최초의 프로그래머 아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는 “모든 것 즉 사실, 생각, 개념들을 가져와 새롭고 독창적이며 경계가 없고, 항변하는 조합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복잡계에서 일정한 형태를 감지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우리는 정보를 엮어 이야기로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자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창조력은 가치, 의도, 미적 판단, 사회적인 정서, 그리고 개인의식과 긴밀하게 작용하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들이 바로 인문학과 예술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이다. 만일 우리 인간들이 인간-기계의 공존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일 우리가 기계와 동등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창조력의 원천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가야 한다.

예술과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디지털시대에서 인문학, 예술, 과학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에 방관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모든 권한을 인문학과 예술을 전혀 모르는 공학자에게 넘겨주고 말게 될 것이다.

과거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과 예술을 찬양하면서도 자신들이 수학이나 물리학을 모른다는 사실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그들은 셰익스피어 연극에 등장하는 햄릿이나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왕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 자신이 유전자와 염색체,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혹은 미분과 적분의 차이를 모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이런 것들은 어렵게 보이나 햄릿이나 오이디푸스처럼 아름답다. 우아한 수학공식처럼, 이런 것들은 우주의 영광과 존귀를 표현한 원칙들이다.

아름다움을 공학에 연결시킬 혁신가 필요
디지털혁명의 다음 단계는 기술과 창조적인 산업과의 진정한 융합에 있다. 창조적인 산업이란 미디어, 패션, 음악, 엔터테인먼트, 교육, 문학, 예술, 종교, 철학 등에서 발견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혁신은 과거의 산물들 즉 책, 신문, 잡지, 노래, TV, 영화 등이 디지털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술과 창조적인 인문학과 예술과의 상호작용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표현과 미디어를 가져올 것이다.

이 혁신은 아름다움을 공학에, 인문학을 공학에, 시를 컴퓨터에 연결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 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혁신가들은 아다 러브레이스의 영적이며 정신적인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인문학, 예술, 그리고 과학이 만나는 교차로에 서서 관찰하고 묵상하는 자라야 한다. 그리고 이 세 분야가 지닌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감지할 수 있는 남다르며 비딱한 감성을 소유한 자라야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