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이기형 회장 서울대졸업식 축사서 무슨 말했나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지난 2월 26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에서?축하를 했다. 서울대 천문학과 82학번인 이 회장은 축사를 통해 ?”어떤 사람이 특정한 태도나 자세를 가질 때 ‘운칠기삼’ 칠에 해당하는 환경의 작용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며?”그러면 놀랍게도 똑같은 길을 가는 데 그 사람의 성공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에서 주인의식은 마법처럼 작동한다.?주어진 일을 자기 일처럼 하면 윗사람이나 동료들이?믿고 의지하게 되며?일이 몰리면서 남들이 몇 년 동안 경험할 일들을 1년 안에 다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며?”경험과 기회가 남들보다 월등해 지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다음은 이 회장의 졸업식 축사 전문이다, -편집자

[아시아엔=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졸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드디어 졸업이군요. 각자의 길을 향해 출발하는 후배들에게 먼저 세상에 나온 선배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 이 시간이 저에게도 무척 영광스러운 시간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한번쯤은 떠올릴만한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았습니까? 그렇다면 축하 드립니다. 물론 아직 원하는 길을 찾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축하드립니다. 대략 30년쯤 후에는 저처럼 후배들 앞에서 축사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2년 꿈에 그리던 서울대 물리천문계열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의 진리를 알고 싶었고 그 해답이 물리학에 있다고 믿고 대학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공부 말고도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1년 내내 공부 빼고는 다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학년말 전공을 가르는데 천문학과로 가게 됐습니다. 지금이야 ‘웜홀’, ‘시간여행’ 등의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천문학과 출신이라는 점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 어렸던 그 때는 너무나 오랫동안 사모하던 여인과 생이별하고 그 여인의 동생과 억지로 살아야 되는 처지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실연당한 것처럼 상실감에 빠져서 공부는 더 시들해졌고, 학생운동과 철학에도 빠져보고, 형편상 학비를 벌기 위해 해야 했던 일 때문에 시간을 뺏기다 보니 어느덧,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대학을 다시는 학교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할 우스운 성적으로 마치게 됐습니다.

그 뒤로 몇 년간 어디엔가 반드시 있을 것 같은 내 길을 찾아보려 몸부림을 쳤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류 대기업에도 들어갔지만 ‘우리에 갇힌 산짐승’마냥 갑갑해 하다 1년을 못 버티고 그만 두었습니다. 고시를 해볼까? 그나마 잘했던 과학사 전공을 해볼까? 모두 초 단기로 시작하고 초 단기로 접었습니다.

“일류 대기업 입사했지만 ‘우리 갇힌 짐슴 마냥’ 갑갑해 1년만에 사표”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한 통신회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길 찾기에도 지쳤고 또 원래 타고난 내 길이 있는 지도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눈 딱 감고 이게 내 길이려니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 바꿨는데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습니다. 지금의 길을 더 잘 알고자 다른 부서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인터넷팀 초창기 엔지니어들은 귀찮아서 저를 슬금슬금 피하는 눈치였습니다. 책임을 지고 자기 일처럼 하니 상사들의 신임도 두터워졌습니다. 그러다가 입사 5년차에 사내벤처 제도에 지원해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일약 사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초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인터파크를 시작했고 그 길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길이 됐습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는 다양한 길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길이 다른 길 보다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습니다. 우월하거나 열등한 길이 있다는 생각은 여러분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직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이나 사회에서 주어진 편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잊지도 않는 길 찾느라 허송하면 너무 억울

졸업을 하면서 여러분의 마음에 쏙 드는 길을 찾지 못했다고 괴로워하거나 지금 결정된 길이 열등하다고 의기소침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반대로 지금 꿈에 그리던 길을 걷고 있다고 자만하지도 마십시오.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는 이 길이 맞나 하는 의심이 여러분을 세차게 흔들 때가 옵니다. 그 때 여러분이 가고 있는 길을 더 끌어안고 애정을 한번 더 주십시오.

여러분, 여러분에게 주어진 어떤 길이라도 그 속에 인생의 모든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도전과 기회가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성취감은 다 동일합니다. 있지도 않는 내 길을 찾느라 지금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마십시오. 또한, 남들이 우월하다고 말하는 어떤 길을 자신의 길로 만들었다 해도 방심하지 마십시오. 그 길에서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흔히들 성공의 요인을 말할 때 농담처럼 運七氣三 이라고들 합니다. 氣란 자신의 노력이고, 運이란 환경이 만들어내는 작용이겠지요. 노력보다는 주어진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運七氣三 이라는 말을, 성공한 사람들은 겸손함의 표현으로, 그리고 그 성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푸념 섞인 느낌으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氣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태도나 자세를 가질 때 七에 해당하는 환경의 작용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똑같은 길을 가는 데 그 사람의 성공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을 위한 태도와 자세, 그 특질들을 오늘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특질은 ‘도전’입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학자, 직장인, 의사, 공무원 등 그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여러분은 아주 잘 짜여진 공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단계별로 정해지고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마치 주말에 붐비는 산행코스를 줄을 서서 올라가는 듯한 형국입니다.

줄을 서서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에서 이탈해 정상을 향해 다른 길을 시도하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지금 가고 있는 더디지만 안전한 길,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기에 검증된 이 길을 따라 갈지, 아니면 위험부담을 안고 그들처럼 지름길을 찾아 볼지 여러분은 따져 볼 것입니다.

대부분은 그냥 지금 가는 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절벽을 만나 제자리로 돌아오면 지금보다 오히려 뒤쳐지게 되는 것이 너무도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위험을 훨씬 높게 느끼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즐기는 변종들이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습니다. 이들은 도전하게 되고 도전을 통해 사실 위험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금 더 대담한 도전을 합니다.

11남매 출산에 도전한?어머니한테?물려받은 유전자는 바로 ‘도전’

저에게도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나름의 대담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우선, 어머니의 대담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생활은 늘 빠듯한데 11남매를 낳고도 기어이 저를 낳아 막내를 만드신 어머님의 대담한 도전이 없으셨다면 전 세상에도 없겠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물리학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겁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실패도 경험했지만 나름 위대한 실패였습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고, 제가 뿌리깊은 나무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제 인생을 가늠하게 될 중요한 도전의 기회가 위기속에서 찾아왔습니다. 1997년 IMF가 찾아오면서 투자가 얼어붙고 나자 자본금이 바닥난 인터파크는 사업중단결정을 모회사로부터 통보 받았습니다. 저는 역 제안을 했습니다. “일단 지분을 나에게 넘기면 평생에 걸쳐서라도 갚겠다. 이후 망하든 흥하든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투자가 얼어붙어 있고 매월 적자가 누적되는 회사였지만 제 혼이 담겨있는 회사를 그렇게 죽게 놔둘 수 없었습니다. 이 즈음 아마존은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비교되지요?

IMF 위기를 피 말리는 생존투쟁 기회로

이후 피 말리는 생존투쟁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허름한 지하사무실에서 지상과 연결되는 창문엔 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습니다. ‘21세기 전자상거래 시장 선도’라고. 돌이켜보면 참 겁 없는 도전이었습니다만, 이렇게 해서 인터파크는 제 회사가 됐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제 가슴을 울리는 대목이 있어 소개합니다. 원문에서의 ‘프랑스혁명’을 ‘성공하는 삶’으로, 역사적 인물은 ‘당신’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To dare ; 대담한 도전. 진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치뤄야 할 대가이다. 모든 성취는 작든 크든 대담한 도전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성공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면, 그것을 그려보고, 기원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성공하는 삶’은 ‘당신’의 대담한 도전을 필요로 한다. 인류가 계속 앞으로 행진해 나아가려면 그 여정이 이르는 봉우리마다 늘 용기가 필요했음을 되새겨야 한다. ‘대담하게 도전하는 행위’들은 역사를 황홀하게 하고, 인간을 빛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새벽은 늘 대담한 도전으로 하루를 연다.

여러분, 여러분이 가는 길에서 성공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대담한 도전이 늘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성공을 위한 특질은 ‘주인의식’입니다. 1999년 투자가 유치돼 한 숨 돌리려는 찰나 국내외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인터넷쇼핑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이 후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저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을 하는 또 다른 특질을 생생히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주인의식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기 힘든 대기업 자회사들은 서서히 사업을 접거나 2-3위 군으로 밀려났습니다. 누구도 끔찍한 경쟁을 대리인으로서 잘 치뤄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옥션의 대항마로 G마켓을 시작할 때는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주어 주인의식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임직원 모두 합쳐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번 것도 기뻤지만, 자기 일처럼 시도하고 모색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 옥션을 몇 배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은 주인의식이 갖는 힘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남의 것도 내 것처럼 생각하면 내 것이 돼

사업이 아니어도 모든 일에서 주인의식은 마법처럼 작동합니다. 주어진 일을 자기 일처럼 하면 윗사람이나 동료들이 여러분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이 몰리면서 남들이 몇 년 동안 경험할 일들을 1년 안에 다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게 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이렇듯 경험과 기회가 남들보다 월등해 지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여러분, 잊지 마십시오. 내 것처럼 생각하면 내 것이 됩니다.

마지막 특질, 삶의 성공을 위해 여러분이 갖추기 바라는 자세는 ‘이타심’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분야의 길을 가든지 간에, 심지어는 학문을 계속 하더라도 여러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제시하는 조건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은 협력에 앞서 상대가 이기적인 사람인지 이타적인 사람인지를 먼저 봅니다. 그런데, 늘 보아오던 친구라면 경험치가 있어 잘 판단할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사회에 나가면 여러분들은 대부분 생전 처음 접하는 사람들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이 때 그 사람들은 평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과 관계가 있는 누군가로부터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겁니다.

현재의 평판은 과거에 형성된 것이고, 과거의 평판은 그보다 먼 과거에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사소한 일에 이기적으로 굴고 나눔에 인색했던 일들이 현재 중요한 일을 하는데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금 잘못 한 게 없는데 자꾸 일이 꼬이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사업초창기 같이 할 훌륭한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생각해봅니다. ‘혹시 이 인복이 젊은 시절부터 술을 얻어먹기보다는 더 많이 사는 성향 때문은 아닐까? 궂은 일에 나서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 미루지 않아서 아닐까?’ 잠시 제 자랑 같았지만, 그간 살아온 경험을 통해 저는 정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조금 더 이타적으로 사람들을 대하십시오. 앞으로 중요한 순간에 기대하지 않았던 큰 도움으로 여러분들을 찾아올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80여 년을 살아보니 그간 살아온 인생이 꼭 꿈만 같더라. 너도 네 꿈 잘 꾸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길에서 좋은 꿈 많이 꾸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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