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셰일가스’ 암초 푸틴의 정적 넴초프 피살에 쏠린 이목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푸틴의 정적 넴초프가 살해된 데에 대해 러시아가 소란스럽다. 물론 당국은 푸틴의 개입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치정문제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필리핀의 아퀴노 상원의원이 마르코스에 의해 살해되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되어 푸틴이 타격을 받고 러시아가 변화될 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필리핀의 민주화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현재 러시아를 횡행하는 범죄조직은 5000개, 조직원은 30만명이라고 한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고르바쵸프와 옐친의 소련 해체는 등소평과는 달리 조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때까지 공산당을 떠받치던 KGB, GRU 요원들이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엄청난 부를 쌓았는데, 이들을 ‘올리가르히’라 한다(공산당 체제에서 당기간 조직을 올리가르히라 불렀다.). 골수 KGB요원인 푸틴은 그 대표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에 대해 푸틴을 정점으로 정부 관료와 올리가르히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사실상의 ‘마피아 국가’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2차대전 후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다가 소련 해체 후 영락한 처지에 분노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은 푸틴에 열광하고 있다. 푸틴은 옐친이 건강문제로 1999년 12월 하야하면서 대통령권한대행이 되었다가 이듬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이 되었는데 지지율이 53%를 넘었다. 2004년 재선될 때에는 70%가 넘었다.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에 따라 총리였던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고 푸틴은 총리가 되었는데, 2012년 다시 푸틴이 대통령이 되고 메드베데프가 총리가 되었다. 서방의 예상으로는 푸틴은 2016년 다시 대통령이 되리라고 본다. 참 편리한 제도다. 현대국가에서 국민의 지지로 당선된 집권자에 대해서 외국에서 무어라 할 수는 없다. 잘 나가던 푸틴이 암초를 만났다. 가스와 유류로 유럽을 위협하던 푸틴이었으나 미국의 셰일 오일이 들어오면서 110달러이던 오일이 68달러로 폭락했다. 외화수입의 3분의 2를 오일 판매에 의존하던 러시아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가 서방에 미운 털이 박혔다. 메르켈을 중심으로 푸틴을 길들이기 위한 외교 공세가 조여 왔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명줄을 쥐고 있다. 러시아가 문명국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러시아가 문명개화한(civilized) 나라가 되든 말든 우리가 걱정할 것은 없다. 다만,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 관심이 있을 따름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avenue로서 TSR이 한 예이다. 러시아가 혼란스러워서는 이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는다. 북한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요한다. 이들은 아직 현대문명세계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아베를 ‘위장된 푸틴’이라고 부른다. 최근 셔먼 미국 국무차관이 한중일 관계에 대하여 엉뚱한 소리를 하여 소란스럽지만 역시 양식 있는 미국 국민의 생각은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푸틴과 아베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골칫거리다, 김정은도 물론이다. 시진핑이 신도광양회(新韜光養悔)로 자세를 낮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의 질서를 구성하고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앞으로 백년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