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칼럼] 무함마드의 말(馬) ‘부락’
무함마드는 570년 아라비아의 상업도시 메카에서 태어났다. 당시 아라비아 반도의 최고 가치는 ‘복수’였다. 이들은 자기 부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힐리아’ 즉 이기심에 사로잡힌 무식(無識)이 생존방식이었다. 유복자로 태어난 무함마드는 4살 때 어머니 아미나마저 세상을 떠난다. 그는 아바리아의 상인이었던 할아버지 무탈리브의 도움을 받아 25세까지 메카~시리아 대상여행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거의 고아상태인 그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언행일치(言行一致)였다. 상인인 그는 자신의 말을 반드시 실천하는 ‘믿을 수 있는 자’로 소문이 난다. 당시 메카의 부호였던 미망인 카디자가 무함마드에게 청혼하여 이들은 결혼한다.
무함마드는 25세, 카디자는 40세였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무함마드는 고아시절을 기억했다. 부익부빈익빈의 악순환을 지켜보면서 무함마드는 결혼한 610~620년 10년 동안 메카의 외각 히라동굴에서 자신을 위한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을 아랍어로 ‘타한누쓰(tahannuth)’라 부르는데, 상인 무함마드는 10년 간의 타한누쓰를 통해 위대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되었다. 무함마드가 위대한 예언자가 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부인 카디자와 삼촌 아부-탈리브이다. 이들은 무함마드의 계시를 비웃지 않고 받아들여 첫 무슬림들이 되었다. 그러나 620년, 무함마드는 인생일대의 위기에 처한다. 아내 카디자와 삼촌 아부-탈리브가 죽은 것이다.
621년 어느 날 무함마드는 깊은 실의에 빠진다. 어느 날 밤 무함마드가 카바 옆에서 자고 있을 때, 자신에게 지난 10년 동안 꾸란을 계시했던 가브리엘 천사가 천상의 말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 말의 이름은 ‘부락’이다. 부락은 굴레가 채워진 키가 크고 잘생긴 백마(白馬)였다. 부락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말굽을 치켜 올려 내딛기만 하면 한 순간에 날아간다. 산에 오를 때는 뒷다리를 쭉 뻗고, 내려올 때는 앞 다리를 쭉 뻗는다. 부락은 또한 날개가 달려 하늘로도 훨훨 날아간다. 무함마드가 부락에 올라타려 하자 등을 구부려 껑충 뛰었다.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가 “오! 부락이여 창피하게 여기지 말라. 알라신께 무함마드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부락은 가만히 서 무함마드가 올라타게 했다. 부락은 단숨에 무함마드를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샤 모스크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무함마드는 과거의 모든 위대한 예언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다른 예언자들은 그를 형제로 받아들였다.
그 후 무함마드는 부락 위에 올라타 알라의 왕좌가 있는 일곱 하늘로 승천한다.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아경지에 진입한 것이다. 무함마드는 일곱 하늘을 여행하는 동안 아담, 예수, 세례 요한, 요셉, 에녹, 모세, 아론, 아브라함을 만났다고 전한다. 무함마드는 부락을 통해 자신이 살았던 메카를 쳐다보고, 그 안에 존재했던 다양한 삶의 형태들, 여러 종교들을 내려다 본 것이다.
2014년 갑오년은 청말띠 해다. 나도 무함마드의 부락과 같은 말을 타고 싶다. 부락은 무함마드처럼 이기심이라는 ‘무식’에서 벗어나 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시하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깊이 묵상하는 자에게 주는 신의 선물이다. 올해는 나도 부락을 탄 무함마드의 환희를 맛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