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교수 “꾸란도 모르고 어떻게 중동과 교류하나”

책으로 둘러싸인 교수 연구실은 익숙한 풍경이다. 배철현 교수 연구실은 책이 조금 더 많은 듯했다. 또 깔끔했다. 건축을 하는 동서가 인테리어를 했다.

1월부터?아시아엔(The AsiaN)에 ‘혁신’ 주제로 칼럼 연재

배철현(51) 서울대 서아시아문명학과 주임교수가 이달부터 아시아엔(The AsiaN)에 ‘혁신’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한다.

배철현 교수는 연세대 신학과 졸업 후 하버드대 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종교인이면서 하버드대 고대근동학과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대언어 학자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3년간 목회활동도 했다. 국내 CEO들이 인문학 최고 명강사로 손꼽는 배 교수를 9일 서울대 인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바쁘시죠.
“오늘이 서브라임(Sublime) 신입생환영회 하는 날이라 조금 일이 많네요. 강연자료를 만들어야 돼서요.”

-서브라임이 뭐죠?
“서울대에 기회균형전형으로 입학하는, 수재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있어요. 2009년부터 뽑기 시작해 3년 됐죠. 매년 200명이 들어오죠. 이 친구들이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에요. 저도 그 모임에 소속된 교수 중 한명이고요. 서브라임은 숭고하다는 의미에요.”

-경제적인 도움도 주나요?
“생활비까지 주기 위해 기금을 마련 중이에요. 그냥 주는 건 아니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는 조건이죠. 200억원이 목표입니다. 고생이 뭔지 아는 이 아이들 중에 한국의 스티브잡스가 나올거라 기대하고 하는 일입니다.”

-아시아엔(The AsiaN)에 쓸 칼럼의 주제는 뭐죠.
“혁신이 될 겁니다. 인간이 될 수 있는 핵심이 혁신이라고 봐요. 혁신의 기저에는 사랑이 있죠. 인간사가 어떻게 혁신해 왔는지를 살펴볼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21세기를 한중일이 이끌어 가게 될 텐데, 무엇이 중심 생각이 돼야 하며 세계인들이 그 생각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제시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글이 될 겁니다.”

-서아시아문명학과 주임교수를 맡으셨는데 뭘 가르치나요.
“서아시아지역은 종교와 생활이 하나죠. 그만큼 성서, 꾸란 등의 경전 공부가 중요해요. 이를 공부하기 위해선 중동 고대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이를 기초로 해서 역사, 문화, 사회를 배워 나가도록 짜여있어요. 교수는 저 외 시카고대에서 산스크리트어를 전공하신 외국인 교수가 한 분 더 계세요.”

중동은 종교와 생활 분리할 수 없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을 꾸려 두바이에 갔다 오는 등 다방면에 걸쳐 중동과의 관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중동과 교류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꾸란’을 알아야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했듯이 중동지역은 종교와 생활이 하나거든요. 경제도 마찬가지죠. 이슬람식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맞게 운영되는 금융을 뜻해요. 샤리아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Quran)과 수나(Sunnah)를 기반으로 율법학자들이 정리한 이슬람의 기본 원리죠. 이슬람식 은행, 보험사, 투자회사의 경우 이 원리에 따라 자금을 모으고 투자합니다. 모든 아랍국가들이 이슬람식 금융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자개념이 없고 종교세 등이 있다는 것 등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중동인이 대표로 있는 한 국내회사에서 임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커리큘럼에 ‘와인 마시는 법’ 강좌를 넣었다가 대표가 대노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한번은 한 기업 대표가 찾아와 중동 국가에서 큰 건의 수주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해서 ‘꾸란의 기도문 하나만 외워가세요’라고 조언한 적이 있어요. 그대로 실행해 1조원대의 사업을 수주해 왔다고 해요.

어느 나라든 교류를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화를 알려고 노력해야겠죠. 이런 생각 없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이뤄지는 경제교류는 아닌 거죠.?이젠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배 교수는 최근 부르스 로렌스 교수가 쓴 ‘꾸란’을 번역했다. 세종서적 <10 그레이트 이펙트>중 네 번째 책으로 조만간 발간 예정이다. <10 그레이트 이펙트>는 영국의 애틀랜틱북스가 2002년부터 공들여 기획한 고전 시리즈 <Books That Shook the World>의 국내판 시리즈물이다.

배 교수의 주요 저서로 <타르굼아람어문법>, <타르굼옹켈로스창세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마음은 하나, 세계의 종교>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그리다> 등이 있다. 슬하에 미국에서 유학중인 대학생 딸이 두 명 있으며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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