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칼럼] 해바라기와 나

<사진=뉴시스>

[아시아엔=배철현 건명원 기획교수] 오늘 아침 정원에 피어난 해바라기를 바라보았습니다. 해바라기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수많은 우주의 힘들에 의지합니다. 이 우주의 힘들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해바라기 안에는 하늘의 구름이 담겨져 있습니다. 구름이 없다면 비도 안 올 것이고 그 순간, 그 장소에 떨어진 해바라기 씨가 발아되지 않았을 겁니다. 해바라기 안에는 햇빛이 있습니다. 햇빛이 가져다주는 따뜻함 없이 스스로 자라날 꽃은 없기 때문입니다.

해바라기 안에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정원사가 시장에 가서 수많은 해바라기 씨들 중 하필이면 그 씨를 사다가 파종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씨앗을 정성스럽게 땅에 묻고 흙을 덮으면서 훌륭하게 자라나기를 기원했기 때문입니다.

정원에 의연하게 머리를 들고 있는 해바라기는 138억년전 빅뱅의 결과물입니다. 영겁의 시간과 공간을 통해 끈질기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온 진화의 최첨단입니다. 사실 해바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물리적, 화학적, 인위적 조건들의 결정체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한 순간에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과 섭리를 품은 신비한 존재입니다.

정원사가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고 해서, 그가 해바라기 꽃을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138억년의 시간을 담은 ‘해바라기’라는 신비를 오늘 아침 이 순간에 내 앞에 드러내기 위한 조그만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나 정원사 없이 해바라기가 싹을 틀수는 없습니다.

햇빛 없이는, 바람 없이는, 비 없이는, 공기 없이는, 미네랄 없이는 해바라기나 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것은 우주의 비밀을 훔쳐보는 행위입니다. 해바라기는 땅이며, 구름이고, 비이며 농부입니다. 해바라기는 우주를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 해바라기를 심어놓았다고 해서 그가 해바라기를 창조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서투른 생각이 아닐까요? 깊이 생각해 본다면, 그 안에서 우주의 정교한 조우와 조화를 발견합니다.

인간은 부모 없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도 내가 이 세상에 우주의 신비를 머금고 태어나기 위한 무수한 조건들 중에 하나입니다. 부모는 ‘정원사’와 같습니다. 부모는 자신이 우주신비의 전달자라는 사실을 때로는 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을 우주보다 더 위대한 존재하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식을 위해 남모르는 눈물을 흘립니다. 이 눈물이 모든 인간 안에 숨겨진 위대함이란 씨앗의 싹을 틔우는 신의 넥타르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거울을 통해 응시해 보십시오. 빅뱅 이전부터 시작한 숭고한 생명의 비밀이 138억년 동안 이어져 당신의 몸에 숨겨져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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