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책감과 자유…후회의 열매, 회개의 열매
이사야 21장
성경에서 이사야서와 같은 선지서는 사람들이 즐겨 읽는 부분은 아닙니다. 성경 통독의 목적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굳이 찾아 읽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심판과 질책과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마주하는 일이 달갑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지서를 읽다 보면 손에 매를 들고 몹시 화가 나있는 무서운 하나님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사야서 초반에는 이스라엘 백성들만 혼이 나다가 뒤로 갈수록 주변에 있는 나라들도 하나님께 엄청 깨지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사야 21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경고’입니다. “해변 광야에 관한 경고라”(1절) “두마에 관한 경고라”(11절) “아라비아에 관한 경고라”(13절)
하나님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인접한 이방민족들에게도 몹시 화가 나셨습니다. 그리고 옐로우카드를 계속 꺼내들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실 이사야서를 비롯한 선지서 전체가 경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경고장을 날리시는 것일까요?
심판과 멸망이 목적이라면 굳이 경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고없이 바로 징계하면 됩니다. 경고란 기회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경고한다는 것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기회를 주고 싶어서 경고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실수할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데 실수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실수야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두고 우리는 인정하기보다 정당화하고 합리화할 때가 더 많습니다.
성숙한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내 실수였다’, ‘내 잘못이었다’고 인정할 줄 아는 용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런 용기를 기대하고 계십니다. 걸어가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용기를 내어 돌이키기를 원하십니다. 회개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회개인데, 우리는 후회만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회개와 후회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둘 다 과거의 잘못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붙들어 둔다면 회개는 우리를 과거에서 풀려나게 합니다.
후회의 열매는 자책감입니다. 하나님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나 스스로 지워버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회개의 열매는 자유입니다. 하나님의 개입에 나를 내어 맡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