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루시퍼’가 사탄의 이름인가?
이사야 14장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사 14:12)
이 구절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많은 오해를 빚은 성경 구절일 것입니다. 사탄의 이름, 루시퍼가 등장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루시엘이라는 천사가 타락해서 루시퍼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디에 나오는 이야기일까요? 단테의 <신곡>과 존 밀턴의 <실낙원>입니다.
그렇다고 단테나 존 밀턴이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전래동화처럼 전해내려오던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들에게 이 이야기는 매력적인 소재였고, 천재 작가들 덕분에 루시퍼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루시퍼의 어원은 라틴어 성경입니다. 70인역 불가타는 ‘빛나다’라는 뜻의 히브리 단어 ‘헬렐’을 ‘루치페르’lucifer로 번역했습니다. 라틴어 ‘루치페르’lucifer는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뜻이며 성경 곳곳에서 샛별(벧후 1:19)이나 새벽, 아침(욥 11:17)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문제는 KJV 성경이 유독 이사야 14장 12절에서만 라틴어 Lucifer를 그대로 표기하면서 루시퍼를 사탄의 이름으로 기정사실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입니다. 단어의 의미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고유명사화 한 것입니다.
이사야 14장은 바벨론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이며, 12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은 바벨론 왕을 가리킵니다. 샛별(금성)이 새벽녘에 아무리 찬란하게 빛나도 해가 떠오르면 빛을 잃어버리고 말듯 바벨론 왕의 영화와 권세도 한순간에 반짝거리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사야 14장 12절을 읽으며 나는 성경의 서사를 믿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믿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또는 내가 만들어 낸 개념과 관념을 성경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리스도인이란 성경에 계시된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둔갑된 사람의 말을 믿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