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
아가서 8장
살다 보면 도장 찍을 일들이 있습니다. 현대에는 전자식 서명이 도장을 대체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실물로 보관해야 하는 중요한 문서에는 여전히 도장을 찍습니다. 살면서 어떤 도장을 찍어보셨나요? 도장 한 번 잘못 찍었다가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도장이란 그런 것입니다. 옥새나 국새 같은 도장은 한 나라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어마어마한 효력을 가집니다.
아가서 8장 6절에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도장 새기듯, 임의 마음에 나를 새기세요. 도장 새기듯, 임의 팔에 나를 새기세요.”(아 8:6)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치 내 가슴에 도장을 파는 일과 같습니다. 서로의 삶에 부인할 수 없는 깊은 흔적을 새겨 넣는 일입니다. 그가 남긴 흔적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를 증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남긴 흔적을 가지고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겠다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런 사랑은 그저 감정이 아니라, 도장을 새기듯 내 안에 그를 새기고 그렇게 새겨진 모양대로 살아가겠다는 굳은 의지인 것입니다.
아가서는 독백이나 고백 편지가 아닙니다. 아가서 전체는 수백 번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 안에 새겨넣는 대화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비유하지만, 우리는 아가서를 읽으며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연인관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나누고 싶은 친밀함이 어떤 것인지를 술람미 여인을 향한 솔로몬의 마음을 빌어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가서 8장 6절은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에게 건네는 말인 동시에 하나님이 우리로부터 듣고 싶은 고백 아닐까요?
“도장 새기듯, 하나님의 마음에 저를 새겨주십시오. 도장 새기듯, 하나님의 팔에 저를 새겨주십시오. 한번 날인 하면 죽음 조차도 파기할 수 없는 강력한 법적 효력이 발휘되는 것처럼, 거세고 강한 불길을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사랑은 누구도 파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라는 사랑의 고백 말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의 형상을 따라 만드신 인간의 첫 모습은 부모와 자녀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였습니다. 서로의 자유의지에 무한한 권위를 부여하고 그 무한한 권위에 의해 선택받는 것을 기뻐하는 관계를 원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