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경외심 그리고 지혜
잠언 31장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잠 31:30)
잠언을 지혜의 책이라고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경외함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언의 관심은 단순히 지혜가 아니라 지혜의 근원인 여호와를 경외하는 삶입니다. 잠언은 총 915개 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000절에 육박하는 주옥같은 한절 한절 모두가 여호와를 경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술하고 있습니다.
혹시 잠언을 읽으면서 번제나 화목제를 드릴 때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던가, 안식일의 복잡한 규정을 잘 지키는 팁과 같은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인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꼬박꼬박 챙겨야 한다는 언급도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잠언은 거기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대신에 잠언은 온통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여호와를 경외하는 삶이 예배의식이나 율법, 안식일 매뉴얼 등을 지키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잠언은 경외함의 열매가 맺혀야 하는 가지 끝이 어디인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돈 한 푼 사용하는 습관, 타인에게 건내는 말 한 마디, 마음 속 분노를 다루는 태도, 자기 아내를 아끼는 마음, 자녀를 훈육하는 방법 등이 바로 그 가지 끝입니다. 일상의 평범함이야말로 경외함의 열매가 열리는 최적의 위치라는 것입니다.
유럽의 어느 한 교회 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혁명을 원한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시대에 세상을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일에 헌신하고 자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 모여서 집회를 하고 난 그 자리가 쓰레기 투성이인 것이 현실입니다.
예배 규모의 성대함, 예배 공간의 성스러운 자태나 감성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경외심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것은 대규모 공연장이나 영화관에 가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삶의 한 절이라도 예수님을 닮는 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만큼 하나님을 경외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없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우리의 평소입니다. 평소에 해야 할 일을 예배 시간에 몰아서 하려니까 심령이 피곤한 것입니다. 일상에서 해야 할 일을 너도 나도 비좁은 교회에서만 하려니까 다툼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감당해야 할 소금의 역할을 교회에서만 하다보니 교회가 소금기둥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