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시대···“개방하고 공유해야 살아남는다”

<사진=뉴시스>

멀티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시대…‘웹 시대’에서 ‘앱 시대’로 진화

[아시아엔=이원섭 IMS KOREA 대표컨설턴드] 필자는 요즘 루키(rookie, 신인선수)가 돼 생전 처음 비즈니스 투자제안서를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리 문화, 우리 문화인에 대한 문화 난장(platform)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달 째 전문가들을 만나 배우고 있다. 당연히 선배들도 계시고, 후배들에게도 배운다. 예전에 필자와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들-지금은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나름대로 이루고 있는-에게도 조언을 받았다.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 처음 만든 제안서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올해로 정확히 30년간 사회생활을 했고, 국내 굴지 기업의 간부로 10여년 했으며 지금의 사업도 13년 차에 들어선 내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랍고 창피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감을 잡고 투자자가 보기에 흥미를 끌 정도는 된 것 같다.

얼마 전 방영된 KBS 프로그램 ‘명견만리’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천재시대의 종말? 창조는 공유다’라는 주제로 플랫폼 시대, 공유의 시대, 오픈의 시대의 개념과 가치를 일깨워 충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수 서태지씨는 이런 시대에 맞는 신곡의 스템파일(곡을 구성하는 보컬 및 악기 각각의 음원)을 발표 전에 먼저 공개해 누구나 곡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더 나아가 이 스템파일을 이용해 콘테스트를 열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수많은 다른 형태의 창작곡들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창조는 공유’라는 개념을 그는 확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새로 준비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라서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플랫폼이란 무엇일까”에서 “이것을 지금의 내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까지 온통 플랫폼을 이고 사는 중이다. 그러다 아주 쉽게 나름의 플랫폼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바로 우리의 5일장이 플랫폼과 같다는 생각이다. 장이 열리면 자기가 재배하거나 손수 만든 상품을 가지고 나와 팔기도 하지만 판 돈을 가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한다. 파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것은 생비자(prosumer, provider+consumer)라는 개념과 일치한다. 또 생비자의 역할뿐 아니라 어떤 새로운 것들이 나왔는지 구경하는 관람자 그리고 5일장을 운영하는 운영자, 여기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협력자(예: 비닐봉투 공급자 등)와 다 끝나고 정리를 하는 지원자 등 많은 그룹이 뭉쳐 나름의 룰 안에서 수많은 거래와 수많은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플랫폼과 다름 없다.

그런데 자기 것을 진열해 보여주지도 않고 거래도 하지 않는다면 장의 의미는 사라진다. 플랫폼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공개·공유·참여라는 웹 2.0의 근본개념이 없다면 플랫폼도 없다. 또다른 창조(creative) 거래(transaction)도 없다. 참여자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일어나야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5일장에서 우리는 몇 가지 규칙을 볼 수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장이 열리면 누군가는 살 물건, 팔 물건을 가지고 모여야 한다. 즉 여럿이 함께 참여해 왁자지껄한 장터를 만들어 새로운 거래(가치)를 만들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다른 장보다는 싸고 좋아야 한다. 즉 차별화가 있어야 장이 번성할 수 있다. 세번째는 장이 없어도 되는 존재감이 아니라 그 장이 열려야만 얻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다 같은 장이 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하나라도 늘 새로운 것이 등장해야 또다른 기대감으로 5일장으로 다시 모여들게 된다.

이런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진리를 비즈니스에 그대로 옮겨오면 바로 훌륭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이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 전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리즈 와이즈먼이 쓴 <루키 스마트>라는 책이다. 그래서 서두에 내가 루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너무 좋아서. 그래서 책에서 있는 대로 루키의 행동특성인 여러 분야 전문가를 만나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조언과 자문을 받았다. 이 책의 몇 구절이 내게 비수처럼 꽂혔다. 그 중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경험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닫는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어쩌면 잠시 동안의 단기 지식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NBC, CBS, ABC 등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방송사들이 지난 60년간 생성한 수많은 동영상보다 단 2개월 동안 업로드한 유투브의 동영상 수가 더 많다고 한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시대,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새로운 플랫폼을 수용하고 적응해야만 한다. 그것도 멀티 플랫폼으로 말이다. 장터에 오는 사람들은 그냥 우리 장터에 오지 않는다. 그동안 쌓인 수많은 정보를 모바일로 검색하고 주변의 네트워크(SNS)를 통해 다 파악을 한 다음 더 재미있고 좋은, 자신에게 더 가치가 있는 장을 찾아 간다. 그런데 만약 이런 장터 참여자들의 마인드와 행태는 상관없이 나는 나대로 그냥 고집을 한다면 적응 불가 상태가 올 지도 모른다. 그래서 플랫폼도 어려운데, 멀티 플랫폼을 해야 한다고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웹 시대’에서 출발한 페이스북은 ‘앱 시대’에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웹 시대’에서 출발한 페이스북은 ‘앱 시대’에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모든 정보가 휴대폰 속으로…
세상이 급변하고 정보의 홍수시대를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요즘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예전에 사무실 책상마다 놓였던 종이신문이 없어졌다. 일주일 치, 한달 치를 모아두었던 신문철도 없어졌다. 지난 번 보았던 기사를 다시 보기 위해 모아둔 신문철이 다 어디로 갔을까? 바로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보고 쉽게 검색해 필요한 기사를 찾아 본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모바일 앱 사용시간이 한 주당 13.4시간으로 주당 6.3시간인 미국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하루 절반 이상을 모바일 생활환경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 식사시간, 휴식시간까지 고려한다면 하루 종일 모바일 속에서 산다고 봐도 무방하다.

혹시 예전에 폐쇄이용자그룹(CUG, Closed User Group) 게시판이나 미니홈피의 방명록이 기억나는가? 이것들은 웹 시대의 대표적인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런 플랫폼들이 사라지거나 사랑받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적이고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SNS처럼 다 오픈하고, 공유하고, 참여하기보다 그들만의 리그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서태지씨는 방송에서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바로 자기만의 창작에 대한 중압감과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신곡의 스템파일을 모두에게 오픈하고, 공유하고 참여하게 해서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제2의 창작물, 제2의 서태지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웹 2.0의 기본정신인 ‘개방, 공유, 참여’가 플랫폼시대에도 적용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창작과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게 된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기존의 기득권 비즈니스가 가진 장벽을 무너뜨리고 크고 잘 나야 성공하고 시장을 지배한다는 파레토의 법칙(8대2의 법칙)을 깨트렸다. 못 나고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롱테일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요즘 각광을 받는 핀테크도 이런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다. 자본과 조직이 있어야 은행거래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과거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나타내는 이론 중에 AIDMA와 AIDCA라는 이론이 있었다. 즉 소비자는 attention(주목)→interest(흥미)→desire(욕망)→ memory(기억)/conviction(확신)→ action(행동)의 5단계를 거쳐 구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광고대행사 덴츠에 의해 AISAS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진화됐다. attention→ interest→ search(검색)→action→share(경험→공유)의 형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욕구(desire), 기억(memory) 대신에 검색(search)과 경험공유(share)로 광고 대상의 마인드가 변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이 이론이 발표된 것은 지금의 ‘앱 환경’ 시대가 아니고 ‘웹 환경’ 시대에 발표된 것이다. 웹 시대보다 오픈과 공유 참여가 훨씬 많아진 SNS, 앱 시대에 이 이론은 더욱 힘을 발한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만의 리그, 닫힌 커뮤니케이션, 고집스런 나만의 비즈니스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형태가 모두 오픈 플랫폼이다. 내 것을 기본으로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 난장을 벌여 다 같이 참여하게 하고, 같이 즐기는 모델을 만들면 새로운 창작과 창발이 일어난다. 더 이상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분된 시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체험자들의 경험을 더 냉정하게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일방적인 수용’이라는 과거의 지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능동적인 행동’ 즉 요즘 무섭게 변하는 신사고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이나 앱 이전 시대의 경험이 내 발목을 잡는, 나를 망하게 하는 저주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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