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석 칼럼] 삼성 vs. 애플 누가 이길까

글로벌 기업판도 흔들 ‘IT대전’ 최후의 승자는?

10여년 전 애플이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하자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빌 게이츠의 리더십을 비교하면서 어떤 유형의 리더가 우리 기업에 더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유행처럼 번졌다. 물론 정답은 없었다. 그 후 애플은 디자인 혁신, 감성마케팅 등을 통한 디지털 혁명을 전통산업에 유기적으로 접목해 시장을 혁신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라는 영웅적 CEO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애플의 성공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혁신을 추구하여 획기적인 제품들을 개발하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빠르게 휘어 잡았기에 가능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기업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마케팅, 소싱 능력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매출규모는 2012년 삼성전자 1,835억 달러, 애플 1,560억 달러였다. 시가총액은 삼성 2,170억 달러, 애플 4,130억 달러로 두 기업 모두 막강한 자본력을 지녔다. 비록 애플이 아이튠스를 기반으로 한 나름의 콘텐츠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아이팟, 맥북 등 하드웨어 판매가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다른 점이라면 애플은 소비자 전자제품만을 다루지만 삼성은 반도체와 더불어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장비, 백색가전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라인을 갖춘 종합디지털기업이라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제품 경쟁라인은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를 비롯해 노트북에 이르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애플에게는 전 제품라인이지만 삼성에게는 일부 제품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허소송, 삼성 이미지만 높여줘

최근 스마트폰 전쟁에서 아이폰5와 갤럭시4 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 삼성의 승리를 예견하거나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스마트폰만 본다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점유율 28%를 나타내며 20.5%인 애플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는 국면이다. 당장 이 추세를 뒤집기에 애플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집계에서 아이폰은 미국 시장에서 2012년 말 기준 44.5%를 차지하다가, 2013년 1분기에 7% 하락한 37.4%를 기록한 데 비해, 삼성은 27.6%에서 1.3% 상승한 28.9%를 차지하면서, 북미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곧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에서 나타난 삼성과 애플의 경쟁은 2011년 4월15일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걸면서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며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애플이 시작한 이 소송은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삼성이 애플의 두려운 경쟁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일거에 삼성의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애플이 초기에 갖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그리고 앱스토어로 대변되던 앱 생태계의 경쟁우위는 희석됐으며, 오히려 삼성이 가진 혁신적인 제조능력과 가격경쟁력이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고가 단일제품만을 고집하던 애플을 넘어서는 시장경쟁력 우위로 작용하게 되었다.

특허소송 자체도 처음에는 애플이 우세한 듯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삼성이 CDMA 등 통신관련 특허 문제를 역으로 제기하면서, 기술력에 있어서는 삼성에게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2년 3월 기준으로 삼성의 특허등록건수가 4만7,855건인데 비해, 애플은 4,649건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이동통신시장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LTE 특허에 관한 한 애플은 삼성의 적수가 아니다.

삼성의 뛰어난 경쟁력 우위는 특허 외에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위험분산이 잘 돼있다. 산업재인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부터 소비재인 디지털TV와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변화된 제품군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심부품부터 최종제품을 아우르는 제조능력의 수직통합으로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메모리, 센서, 비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연 100억 달러를 초과하는 R&D투자에서 나온다. 셋째, 글로벌 마케팅능력이다. 이는 코카콜라에 버금가는 글로벌 광고비와 전세계 곳곳을 아우르는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넷째, 가장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단말기 제품력을 기반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에릭슨, NTT와 같은 글로벌 핵심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어 애플보다 전략적 연대능력이 강력하다. 다섯째, 글로벌 소싱과 전세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제품 가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제3의 글로벌 라이벌 등장

그렇다면 다음의 전장은 어디가 될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워치폰(watch phone) 또는 스마트워치가 애플과 삼성의 경쟁시장이라고 예상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수년 내 성숙기로 들면 스마트폰 시장에는 가격경쟁이 불어 닥칠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제품시장은 워치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에는 애플과 삼성이 아닌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술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장, 융합시대의 영역을 넘나드는 전 방위적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 어느 나라나 기업도 시장을 독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강자들 그 누구도 절대 강자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도태될 지 모른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삼성과 애플에게는 이른바 글로벌 라이벌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를 다잡고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요인이다. 이는 이 시장의 글로벌 강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다음 전장은 두 글로벌 기업간의 경쟁이라기보다 시장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많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기술혁신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의 감성을 휘어잡는 제품혁신을 계속하는 경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플과 삼성의 경쟁은 벌써 의미가 퇴색했다.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글로벌 강자들의 전략적 움직임 속에서 누가 다시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것인가를 관전하는 재미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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