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 서비스, 이것만은 기억하라
[아시아엔=이원섭 IMS KOREA 대표컨설턴드] 요즘 또 다른 경험을 하면서 수십년 한 일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나를 되돌아 보고 있다. 나는 고객관리니, 설득이니, 커뮤니케이션이니 떠들고 다니면서 정작 고객들에 대해서는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필자는 대학교 학보사 수습기자 시절 1단 기사를 열 번 이상 쓰고 퇴짜 맞으면서 기사 쓰는 법을 배웠다. 당시에는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다.
당시 신문 만드는 시스템은, 먼저 취재기자가 기사를 써서 원고를 넘기면 편집부에서 전체 신문 면과 기사를 디자인해서 넘기고 납 활자로 만들어진 글자를 판으로 만드는 문선부에서 원고를 보고 활자를 뽑아내 기사가 완성됐다. 그런데 신문에 글자가 제대로 보이려면 활자는 거꾸로 되어 있어야 한다.
놀란 사실은 내가 쓴 기사를 보고 활자를 하나하나 뽑아 판을 만드는 분들은 기사를 기사로 보지 않고 그냥 글자로만 보는 것이었다. 또 기사를 처음부터 읽고 활자를 뽑는 게 아니라 기사의 맨 뒤부터 활자를 뽑아 맞추었다. 신기해서 물어 보니 “기사를 읽으며 활자를 뽑으면 아는 단어의 활자를 자기도 모르게 잘못 뽑는다”는 것이다. 즉 오자를 뽑게 된다는 것이었다.
즉 인간의 인지에 따라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패턴을 인식해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가 맞는 표현이지만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띄어쓰기를 틀리게 해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패턴 즉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고 제대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이렇게 뛰어나기 때문에 당시 문선공들도 아예 거꾸로 보고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패턴인지 기능의 사례는 또 있다. 대부분 신문사마다 교열부를 두어 잘못된 글자나 문장을 고친다. 기사를 직접 쓴 기자는 몇 번을 읽어봐도 틀린 글자와 문장을 찾아내기 어렵지만 교열기자들은 단 번에 잘못된 단어와 문장을 찾아낸다.
IT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은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테스트한 완성품을 발표하지 않는다. 신문사 교열부처럼 테스트만 따로 하는 전문 부서가 있다. 개발자들은 스스로 개발한 프로그램에 빠져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내는 작업이 여간 어렵지 않다. 반면 테스트 부서 인력들은 쉽게 찾아낸다. 일부 회사는 유저 테스터 그룹을 따로 운영해 또 다른 필드에서 테스트를 한다.
필자처럼 한 분야에서 30년 정도 일하면 인지된 패턴들이 너무 많아 아집과 편견에 빠져 천천히 살피는 능력이 떨어진다. 지금의 고객은 과거에 알고 있던 고객이 아니다. 제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화한 것이다.
고객의 경험(UX, User Experience)은 크게 감성, 서비스 그리고 설득 부분으로 나뉜다. 그 셋이 합쳐져 동기와 욕구가 충만되면 행동(구매)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그동안 서비스와 감성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해왔지만 설득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일방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고객을 따라오라고 했지 고객을 이해시키고 행동하게 하는 설득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기대치 높이면 ‘백전백패’
설득에 관한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다. 남자 화장실 변기의 파리 그림이다. 어느 디자이너의 간단한 아이디어, 즉 파리를 변기 중앙에 그려 넣었더니 용변을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정확히 맞추려 들었다. 자연히 변기 밖으로 소변이 새는 일은 훨씬 줄어들었다. 설득의 기술의 한 단면이다.
필자는 그동안 입으로는 고객, 유저를 외치면서도 정작 머릿 속에서는 그들의 환경과 느낌, 태도, 행동 등은 뒷전이고 나의 연륜과 경험을 강조했다. 고객들에게는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 경험을 디자인하고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 UI(User Interface)가 편리성과 미적감각을 강조한다면 UX(고객의 경험)는 외형이 아니라 속마음을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여지는 외형은 수시로 변하고 더 좋은 것이 나타나면 그리로 옮겨가지만, 그 속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서비스, 감성, 설득 등 고객의 경험디자인에서 서비스와 설득은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은 오롯이 고객에게 달려있다.
기업의 서비스나 설득은 정량적인 부분이며 고객의 감정은 정성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대부분 정량적인 접근으로 서비스, 설득, 감정 등 세가지를 모두 얻으려 한다. 하지만 분명 달라야 한다. 자기 몫은 철저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게 맞지만 상대 몫은 그렇게 하면 백전백패다.
정량적인 부분은 대부분 디테일한 것들이다. 반면 정성적인 부분은 보다 큰 개념적인 부분들로 이뤄졌다. 작은 디테일이 큰 개념의 일부인 것은 맞지만 디테일로 인해 개념이 파괴되면 안 된다. 전체가 일관성을 갖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전문성이나 믿음, 활동성 등은 기업의 입장에서 추진해도 되지만 매력은 고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추후 평가와 수정 보완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일단 실행을 하고 그 반응을 피드백 받아 지속적으로 고쳐나가면 된다.
필자가 기업의 서비스 담당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고객들에게 처음부터 기대치를 높게 주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최고입니다. 최고의 작품을 드립니다”라고 시작하면 고객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정작 경험치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객이 기대치가 낮다면 보통 정도의 경험치가 나와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조금만 잘 해주어도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