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으로 만물 잇는 ‘초연결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150829_top_kor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빅데이터 큐레이터] 요즘의 화두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먼저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모든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개방(open, 開放), 공유(share, 共有), 참여의 웹 2.0 기본사상과 동일하다.

개방, 공유, 참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아날로그 시대에는 개방, 공유, 참여가 없었을까? 그 시대에도 분명 개방, 공유, 참여가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디지털사회에 와서 이 개방, 공유, 참여가 다시 화두가 되는 걸까.

개방의 사전적 의미는 문이나 어떠한 공간 따위를 열어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웹 2.0, 디지털 사회에서 개방의 의미는 나의 지식이나 리소스들을 상대에게 열어주어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고 의견을 말하게 하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으로 심오한 뜻을 가진 말이다. 내 것을 열어주고 수용한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진정 그렇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수구보수 성향이 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특징이 바로 개방이다. 자신들은 플랫폼만 만들어 놓고 모두 개방해 사용자가 주인이 되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구글, 애플의 앱,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그렇다. 그런데 아직도 닫아놓고 자기만의 비밀로 홀로 성공하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상당한 시대적 착오를 갖고 경영을 하는 기업들로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개인이 미디어가 되고, 아이디어가 있는 발명가가 생산공장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디지털 세상의 풍경이다.

평소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많은 블로거들이 대단하지도 않은 콘텐츠들을 꼭꼭 닫아놓고 있다. 철저하게 카피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블로그의 본뜻도 모르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는 잘 아다시피 web+log의 줄임말로 네티즌들이 게시판 형식의 미니 홈페이지에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이나 일기, 기사 따위를 올리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블로그를 ‘사회적 매체’(social media)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자기 것을 올려서 개방과 공유를 위해서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는 웹 상에서 누가 보는지 모르지만 가상현실 속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통의 관심사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일종의 개인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을 함부로 복사하지 말라는 의미는 블로그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과 같다. 그것은 블로그의 본질이 아니다. 이렇게 꼭꼭 닫아놓으려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개방적인 웹사이트에서 왜 블로그를 만들어 자기 콘텐츠들을 과시하고 남들에게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웹 2.0의 개방은 내 데이터를 열어 놓아야만 나 이외의 다수가 내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고, 접근이 가능해야만 비로소 내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도록 연다는 뜻이다. 이렇게 내 데이터를 열 수 있는 마인드가 바로 디지털 시대의 열린 마인드, 즉 개방이다. 내가 먼저 열어 놓아야만 주먹만한 눈덩이가 굴러 커다란 눈 산이 되는 것이 바로 지금의 빅데이터다. 이 의미를 바로 알아야 소셜네트워크 ‘초연결사회’(Hyper-connection society)에 적응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유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뜻이다. 공동 소유의 개념은 내가 주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도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내가 만들고 내 것이지만 나만이 주인이라는 독단 없는 디지털사회의 공유는 개방된 데이터들을 여럿이 소유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상의 상대 다수와 연결돼있어야만 가능하다. 연결된다는 행위가 바로 네트워크(network, 網)이다. 네트워크 없는 공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편하게, 평등하게 접근이 가능하고 국내나 해외나 글로벌하게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어야 공유가 된다.

현재 전세계 인구가 71억명 정도다. 이들 71억명이 하나처럼 움직이게 하는 힘이 공유의 파워다. 오래 전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회장은 ‘초연결’의 의미가 지구촌이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지구 이쪽 편에서 일어난 일을 반대편에서도 즉각 알 수 있을 정도로 초연결이 되어 있어 정보의 교류나 이동속도가 리얼타임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디지털사회의 스마트폰 등장은 실시간공유(real time share)라는 개념도 새로 만들어 냈다.

초연결사회는 인간과 인간의 연결이 기본이지만 기기와 기기 그리고 인간과 기기가 네트워크로 결합된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한스 베스트베리 회장은 위의 같은 강연에서 “전세계 인구보다 많은 80억명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생기고 2020년에는 500억개의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대 이상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아닌 기기와 기기간 연결(M2M, machine to machine)이 확산되면서 의료, 교육 등 전 산업 분야의 공유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당시 강연에서는 이렇게 표현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IoE)이라는 개념과 동일)

초연결사회는 ‘지식의 대융합’이라는 화두도 만들어 냈다. 공유의 힘이 바로 지식과 지식의 융합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인간은 공유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발전을 우리 일상과 통합시켰고, 이 통합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하게 만들고 있다.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개념도 다르지 않다. 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공유능력을 말한다. 이는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즉 학문지식과 연구에 실제생활의 지혜가 더해져 더 큰 진리를 만든다는 뜻으로 중지(衆智),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도 한다.

초연결은 이렇듯 개방과 공유를 필수로 네트워크를 통해 만물과 인간이 연결되는 것이다. 만약 이 연결에서 제외되거나 뒤떨어지게 되면 아날로그 산업사회 빈부격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디지털격차(digital divide)로 인해 도태될 수도,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오바마 정부는 최근 ‘커넥트홈 프로그램’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소득에 따른 디지털격차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했다.

현재 미국은 소득에 따라 인터넷 접근권이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보고서를 보면 연소득 3만달러 이하 가구는 75%만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2만5000달러 이하 가구는 광대역 인터넷 이용률이 50%에도 못 미친다. 반면 연소득 평균 7만5000달러 가구는 98%가 광대역 인터넷에 가입, 이용하고 있다. 또 2013년 미국 지역사회 실태조사와 국가 광대역 지도를 활용해 소득에 따른 디지털격차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도 있다. 인구 10만명 이상인 부유한 지역에서는 전체 가구 80~90%가 광대역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가난한 도시지역 인터넷보급률은 농촌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 중심부에 있는 산 안토니오 지역은 전 가구 65%가 인터넷을 이용중인 반면 부유한 북부 교외 지역에선 83%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해 지역, 소득 모두 인터넷 도입률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디지털격차를 벌리는 큰 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이처럼 소득간, 지역간, 국가간 상상 이상의 격차를 보여줄 것이다. 아울러 그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초연결사회에서 갈수록 똑똑해지는 만물들은 더 이상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센서와 칩을 통해 서로 연결돼 인간의 개입이 없이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이때가 되면 생명체나 생명체가 아닌 것이나 모든 만물이 하나로 연결된 진정한 초연결사회가 된다. 따라서 요즘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인간중심의 디자인’ ‘인간 중심의 연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초연결이 인간중심적이지 않다면 마치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영화처럼 상상하지 못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필자가 만든 용어인 ‘인간 중심의 초연결’(Human Centered Hyper Connection, 2HC)은 우리 인간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연결에 대해 우리의 한계능력과 상황에 맞추어 인간이 중심이 돼 인간주체적이며 인간이 목적인 사고를 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초연결 네트워크, 서비스, 기기들의 기본사항이나 방법론이 인간중심의 초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과거 ‘빅브라더 예언’보다도 더 무서운 세상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