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⑧] 고객은 이럴 때 정말 화난다
[아시아엔=이원섭 <아시아엔> 마케팅 전문기자, 마컴 빅데이터 큐레이터] 고객은 진정한 교감을 원한다. 몇 주 전 필자는 아주 불쾌한 경험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내에 TV 광고에도 나오는 유명제품을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 공동구매를 유도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전화로 신청을 했다. 담당자는 지금은 많이 바쁘니 이 번호로 오후에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를 쉬고 다시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담당자가 000인데 들어오면 전화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청자가 많아서 그러려니 이해하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이마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수일을 그냥 지나가 버렸다.
너무 화가 나 그 회사 홈페이지에 불만의 글을 올려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고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같은 제품 구매 상담신청을 했다. 그제서야 전화가 와서 전간의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바로 담당자가 찾아와 이후 상담이 진행될 수 있었다. 국내 최고기업이라는 회사가 이러니 다른 회사들은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필자가 원하는 것은 궁금한 사항에 대한 전화상담 한통이었고 간단한 정보만 얻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어렵게, 그것도 필자가 본사와 다른 채널에 요청을 하니 부랴부랴 전화를 한다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는 그들과의 단순한 상담만을 원한 것인데 이렇게 무심하게 처리하는 마인드로 무슨 비즈니스를 하겠나 하는 실망감을 가졌다. 필자처럼 적극적으로 불만을 본사에 까지 제기하고 그 제품을 그래도 굳이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그냥 무시하고 다른 대체 상품을 찾거나 구입을 포기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하는 일이 고객과의 관계, 기업 이미지, 브랜드 등에 대한 것이라 직업의식이 발동해 소비자의 책임(?), 권리를 그들에게 보여줘 바로 잡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교감(交感)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접촉하여 이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되어 있다. 필자는 그들과 접촉했으며 그에 따라 큰 실망감과 회사나 상품 브랜드에 대한 아주 좋지 않은 이미지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는 그들과 교감과 소통을 간절히(?) 원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소위 말하는 컴플레인 하는 귀찮은 소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귀찮게 하니 비로소 저들이 대응을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과 여기서 더 나아가 SNS 등에 이런 필자의 감정을 알릴까 하는 생각도 가졌다. 만약 회사명과 브랜드까지 올려 전파시켰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참고로 필자의 이 글을 보는 분이 1천여 분 되고 SNS에서도 그 정도가 되니 혹 그 중에서 몇 분이라도 공유했다면 그 파급력은 매우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좀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모 리서치회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서적인 연결과 교감을 느낀 고객들은 일반고객들에 비해 수익, 매출은 물론 관계성 면에 있어서도 23% 이상 높은 성과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서를 보면 모 슈퍼마켓 체인과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좋은 교감을 나누고 있는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고객들에 비해 더 자주 애용해 46% 이상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가 있다. 소비자와의 긍정적인 교감과 매출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며 기업과 소비자와의 교감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사례다.
사실 소비자와의 교감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분명하지도 않다. 다만 만족, 더 나아가 감동까지 이어지는 교감을 만들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분명 그 기업은 발전하고 성공할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Maister에 따르면 “고객감동을 체험한 고객들은 평범한 경험을 가진 고객보다 높은 충성도를 가지게 되며 기업과의 관계를 장기간 지속함은 물론 타인에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적극 추천하는 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당연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느끼고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의 사례처럼 다 아는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많다. 본사 차원에서는 잘한다고 하지만 일선에 있는 대리점과 모든 직원들이 회사의 마인드로 응대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일일이 다 파악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긍정적인 교감은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에 맞게 그들과 접촉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적어도 기대치와 동등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 만약 그 기대치보다 낮으면 저처럼 실망하는 것이고 아주 잘 응대해 높으면 만족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이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가(평소 제가 인간성을 믿고 있는 유명 탤런트가 광고를 했기에) 우호적이어서 수차례의 전화와 본사 홈페이지 불만등록 그리고 같은 브랜드를 다른 채널에서 구입하려 했던 것이지 만약 평소 비호감이었던 기업이라면 다른 대체 상품으로 갈아 탓을 거다.
그리고 이러한 나쁜 사실을 마이스터 교수의 예처럼 실망과 불만에 가득찬 내용으로 주위에 부정적 입소문을 전파시켰을 것이다.
이런 첫 교감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교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자 경우처럼 실망스런 교감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필자 는 안티고객으로 변해 이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류했을 거다. 필자가 이 상품에 대한 선 경험자이기 때문에 같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주위 분들에게 제 교감내용을 통해 다른 소비자들에게 공유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실망스런 교감은 빨리 바꾸려는 지속적인 교감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실수나 나쁜 감정을 정반대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게 한다.
소비자와의 교감은 다 아는 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많은 고객을 일일이 오프라인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프라인 관리는 고객의 날 행사 등 특별한 이벤트로 일년에 한두 번에 그치고 온라인으로 꾸준하게 교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은 지속가능 교감관리법이다.
필자가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해주고 있는 모회사는 7년 넘게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어 적어도 이 회사는 솔루션을 팔고 망해 우리에게 불편을 주는 회사는 아니라는 좋은 교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업그레이드 하거나 주위에서 같은 솔루션을 구입하려고 할 때 믿을 수 있는 회사라고 적극 추천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오프라인에서 지속가능한 고객과의 교감을 나누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면서 오랫동안 실행할 수 있다. 정기적인 온라인 고객소식지를 발행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우리 회사 상품정보를 꾸준히 제공해 주고 또 우리와 유사한 회사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등등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와 유익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고객소식 웹진은 고객과 교감을 나누는 유용한 수단이다.
꼭 웹진이 아니라도 간단한 주간 뉴스레터 등 간단한 형식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회사들도 많다. 최근에는 ‘html5’라는 오픈 기술로 인해 SNS 상에서도 유용한 교감 콘텐츠들을 지인들과의 공유도 쉽게 가능해져서 우리 회사와 브랜드를 알리기에 아주 좋은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웹 상에서의 즉시 공유가 가능한 것뿐만 아니라 댓글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을 댓글도 볼 수 있어 살아있는 교감통로가 되기도 한다. 과거 오프라인에서의 기업 교감활동이 일종의 일회성 Closed Format이었다면 SNS 시대에는 고객의 참여와 공유 기회가 확대된 Open Format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일방적으로 보기만 했던 고객소식지가 고객도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채널로 진화한 것이다.
오늘날 공유경제 시대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시대에는 이 양방향 교감도구가 꼭 필요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이나 아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주부 등이 제품 개발단계부터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슈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SNS 상의 파워 블로거 등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상품기획 참여,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의견 제안, 제품 사용 후 평가 등의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상호 교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감 교감자들은 입소문(바이럴)을 만들어 내는 WOM(word of mouth) 마케팅의 자발적 진원지로 유료 광고보다 두 배 더 높은 판매를 일으킨다는 조사결과가 있으며 사후 반복 판매 등 유지율(retention rate) 또한 37%나 더 높다고 맥킨지가 말하고 있다. 공감 교감자들의 유대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결정에 있어 타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다.
교감이나 커뮤니케이션 툴의 발전에 따라 교감처럼 기업의 파워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즉 교감의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라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나 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주목(Attention)하게 만들고, 관심(Interest)을 갖게 하고, 욕구(Desire)가 생기도록 해 구매(Action)까지 이어지는 것이 전통적 프로세스였다면 지금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필요가 아닌 그들의 욕구나 가치 판단에 의해 행동(구매나 구매 이후의 입소문 등)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모든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 검색(Search)시대가 되었으며 실제 액션 후 그 경험을 공유(Share)하는 소비자 중심시대로 바뀌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공유의 형태가 기업의 수준을 넘어서 집단적인 토론을 거쳐 협업하는 전문가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제 3의 새로운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교감 인프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갖게 되면서 품질과 가격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과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고객은 매출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고객은 교감의 대상, 즉 사람,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 소비자는 함께 나누는 교감을 원하며 자신들이 기업을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에 맞게 지속가능한 방편을 찾아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신규 고객 한 명을 찾는 것보다 기존 고객 유지하며 이 기존고객과의 긍정적 교감 나눔은 곧 신규고객 창출과도 연결이 된다.
교감의 콘텐츠나 스토리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려 한다. 우리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종 SNS 등 온라인 콘탠츠들을 보면 참으로 역겨울 때가 많다. 일방적인 자기 광고식의 내용들을 지겹도록 마구 양적인 노출을 감행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거다. 이 경우 어떻게 하시는가? 다음부터는 이 기업이나 상품에 관련된 콘텐츠는 아예 무시를 하거나 심지어는 원천 차단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우리는 항상 고객과 교감을 하고 있다고 일방 주장을 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주려고 하는 콘텐츠나 스토리는 이미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이것도 고객 입장의, 그들이 원하는, 기업이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아닌 재미있고 유익한 것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무엇이 뛰어나고 경쟁상품보다는 무엇이 좋고 하는 유아적 콘텐츠들을 생성해 낼 것인가? 생각을 과감히 바꾸어 고객이 원하고 좋은 교감을 가지는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 다음 교감의 콘텐츠를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