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⑨]성주 사드배치와 경주 핵폐기장 유치의 차이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정동영 등 비대위원들이 1일 오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공군 호크 미사일 부대 진입로를 찾아 성주군민들과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빅데이터 큐레이터] 사람과 일이 있는 곳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조정이나 타협 또는 양보를 하기도 한다.

필자는 당사자나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늘 갖는 의문이 있다. 가깝게는 제주 강정마을 문제, 최근의 사드배치 문제를 보면서 예전에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들은 영원히 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 아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내힘들다’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다들힘내’이고 ‘자살’은 ‘살자’, ‘접대’는 ‘대접’, ‘실성’은 ‘성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의 앞뒤 순서만 바꾸면 정 반대의 좋은 의미로 변한다. 역지사지나 상대와 나의 입장을 순서를 뒤집으면 갈등 해결을 위한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혜를 주는 것이다. 이른바 ‘거꾸로 마인드’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의·타협·조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생각과 고집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정부나 국민이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부산신공항 건설부지 발표 때와 이번 성주 사드 발표를 보면 언제나 같은 현상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즉 님비(NIMBY)현상과 핌피(PIMFY) 현상이다. 님비는 Not In My Back Yard의 줄임말로 ‘기피하는 시설은 자기 집 뒷마당에 설치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성주 주민들의 집단적 반발사태의 경우 처음에는 ‘성주 배치 반대’를 외치다가 “그럼 성주 말고 다른 지역 설치는 괜찮다”는 말이냐는 비판이 일자 ‘사드 배치 반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고압 송전소, 화장장 등과 같은 필요한 시설임인 줄은 알지만 우리 동네만은 안된다는 일종의 지역이기주의다.

이런 님비 현상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더욱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는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상호 의사전달 체계의 부재, 정책담당자의 조정능력 미비, 주민의 지나친 이기심 등의 요인으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사전 커뮤니케이션 부족과 불신,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 등이 핵심이다.

님비와 정반대 현상도 있다. 핌피는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줄임말로 부산신공항 같은, 지역민들이 생각하기에 혐오시설이 아닌 유익한 시설이라는 판단이 들면 이것은 꼭 우리동네에 해야 한다는 이기적 현상을 말한다.

과거 우리는 핵폐기물장 설치에서 성공한 사례를 알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주민들을 설득했고 또 이 시설이 설치될 경우 반대 급부적인 이익적 측면도 적극 홍보해 지역의 신청을 받아 선정한 선례다.

2003년 7월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나라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당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위도에 방폐장 유치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부안 방폐장 사태’는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엄청난 상처를 남겼는데 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돼 폭행당했으며 주민들은 사법처리 되기도 했다.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91.8%가 반대해 유치 취소로 일단락된 뒤 정부는 방식을 바꿔 전국 공모방식으로 전략을 바꾼다. 그 결과 2005년 경주, 포항, 영덕, 군산이 유치를 신청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찬성 89.5%로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정부가 방폐장 용지를 물색한 지 19년 만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지만 갈등 해소의 모범답안을 제시해 주었다.

이런 모범답안이 있음에도 이번 성주의 사드배치 갈등에서 왜 이런 사례를 따라 하지 않았는지 답답하다. 물론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 경우와 이 경우는 사례가 달라.”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바로 님비 현상의 갈등 해소 과정이라는 점이다. 다른 지역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지역이기주의 갈등 해소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다. 정부는 설치해야 한다고 하고 지역민은 우리 지역은 절대 안된다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모범답안은 앞에서 보듯 이미 나와 있다. ①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했어야 하며 ②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 했어야 하고 ③설치 시 문제가 되는 점들에 대한 대안(반대급부)을 제시했어야 했으며 ④마지막으로 그 선택권을 정부가 아닌 국민 스스로에게 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성주 사드 배치 지역 발표는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모범답안 과정을 무시하고 예전의 실패 과정, 정부 일방적 주도 과오를 또 따라 한 것이다. 국민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정부의 일방적 자체 논의와 판단을 통해 지역을 발표해 님비 현상을 스스로 만드는 우를 범한 것이다. 또 일방 발표 후 지역 주민을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등을 지역에 보내 더 심한 갈등을 일으켰으며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상의 문제로 연결하는 반복과정을 보았다.

배영 교수(숭실대 정보사회학과)가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Buzzword) 빅데이터를 이용한 성주 사태 분석을 <한국일보>에 게재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 생각을 알 수 있다.

7월 4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사드’ ‘사드배치’ 등을 키워드로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언급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는 사드 도입 및 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쪽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론 추이를 보면 반대 입장의 경우 크게 3가지 변곡점이 나타났는데 7일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데이터가 정부 공식 발표일인 8일부터 급속 상승했으며 13일 성주군 배치지역 발표 후 급상승했다. 또 세 번째 변곡점은 18일 성주군민들을 중심으로 반대집회가 계속되고 사드의 전자파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괌의 사드 포대가 언론에 공개된 날이다. 이슈가 있던 날 데이터가 급히 생성되는 현상을 보여준 것이다.

SNS 여론 분석에 따르면 찬성 입장에서는 국가안보의 필요에 의해 불가피한 결정이 이루어진 만큼 다소의 어려움이 존재하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었다. 반대쪽에서는 사드 배치의 유효성과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지만 무엇보다도 도입 결정과정에서의 판단의 근거와 여론 수렴 과정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배 교수는 빅데이터를 통해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소통에 대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나 어렵기에 입장에 따라 서로 주장하는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문제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인데 정부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을 탓하기 전에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의 제시가 우선되어야 했다. 그는 “오해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오해가 빚어진 그 지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만이 정부와 국민 사이에 반복되는 불신의 순환 고리를 끊는 길”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님비와 핌피 현상은 늘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풀어갔던 사례도 있고 실패한 사례도 많다. 이제 반면교사의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고 제대로 만들어 공개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①상호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 표출–> ②이해당사자간 커뮤니케이션–> ③중립적 조정자 참여로 설득과 조정·타협–> ④가장 합리적 방안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정부나 지역주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단어나 생각만으로 해결책이 안 나올 때 거꾸로 풀어가는 ‘거꾸로 발상’을 하면 역지사지의 해결책이 분명 나온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나누다’의 의미인 커미니카레(Comminicare)가 어원이다. 니비와 핌피를 버리려면 ‘어려움 나눔 정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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