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⑥] 중소기업이 SNS 마케팅서 실패하는 이유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빅데이터 큐레이터] 필자는 ‘천이(遷移)’와 ‘우공이산(愚公移山)’ 두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 공통점은 시간과 정성이라는 점이다. 천이는 생물학에서 쓰는 용어인데 어떤 생물 군락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식물 군락으로 변해가는 과정(시간)을 말한다.

즉 산사태나 홍수가 지나간 황폐한 곳에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덧 새싹이 피어나고 화마가 훑고 지나간 산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기적처럼 다른 새싹들이 올라온다. 심지어는 생명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화산 폭발 후의 땅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새싹이 돋아난다. 이것이 바로 천이다. 물론 이전의 식물 군락은 아니고 척박한 환경에 맞는 다른 군락으로 바뀌어 재탄생한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은 도가적 사상서인 <열자>(列子)에 나오는 말이다. 그냥 풀이하자면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인데 우공은 어리석은 노인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사자성어로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정성과 노력을 하는 현자다. 조급하게 때를 기다릴 줄 모르고 바로 성공이 눈앞에 있는데 포기하고 마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 두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급박하게 변하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바뀌고 또 바뀌고 갈아타는 중심없는 세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디지털세상의 특징 중 하나인 스피드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천이와 우공이산의 사상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하는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기다림과 정성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툴이 좋아져도 기본은 사람이다. 사람은 자연의 이치처럼 시간과 정성으로 이루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은 화자(Speaker)와 청자(Receiver)와의 관계다. 서로 신뢰가 있을 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신뢰의 기본은 시간과 정성의 산물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인데 소비자가 기업을 신뢰해야 그 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해 이제 1인미디어 시대가 되고 SNS 세상이 되어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중소기업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전보다는 활발하게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다. 경험한 바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기다림’이다. 대기업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데 중소기업은 무엇이든 급하다. 처음에는 열심히 광맥을 파고 금을 캐러 열심히 하지만 바로 몇 미터 앞에, 심지어는 몇 십센티 앞에 금맥을 놓아두고 거기서 포기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마치 천이는 없다는 듯 이 산은, 이 땅은 쓸모없다고 새싹을 기다릴 줄 모르고 옆 땅, 옆 산으로 옮겨간다. 그런 수없는 옮김의 반복만 하다가 기업을 포기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누가 성공한 결과의 순간만을 본다. 그 결과만이 지금의 성공을 이룬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그렇게 겉만 따라 하다가는 다 망한다. 성공의 시간과 정성을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겉만 보고 따라 하다가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인 핵심인 인간적인 접근이나 철학적인 개념이 없이 흉내만 낸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SNS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쉽게 성공하고 휴먼네트워크가 만들어 진다는 착각을 한다.

청자나 소비자에게 관계나 신뢰를 만들려면 그들의 입장에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화자에 대한, 기업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게 된다. 로열티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나는 ‘천이’나 ‘우공이산’이라고 표현한다.

디지털 마케팅이나 SNS 마케팅이 분명 예전보다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조급함은 관계나 신뢰를 만들기는커녕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이나 안티를 만드는 역효과를 생기게 한다. 이렇게 된 결과는 다 본인(화자)이 혹은 기업이 주체라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주체가 자기 기준과 생각으로 결정을 내리는 탓이기도 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주도권이 청자나 소비자에게 옮겨간 지 오래다. 내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그에 대한 판단과 결과물 제공은 다 청자나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SNS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은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던 오프라인에서의 청자나 소비자와의 만남이 시간, 장소를 넘어 유용해졌다는 것이다. 이 ‘수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SNS는 수단이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나 모든 것이 아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번트 슈미트 교수는 고객의 감성적 경험(Emotional Experience)에 주목하고 고객경험 관리라는 새로운 고객만족경영 이론을 창시했다. 이 감성적 경험이 바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SNS 마케팅은 정량화되고 계수화되는 기업의 비주얼적 관리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요즘 대세인 감성 관리는 직접 대면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앞으로 SNS 마케팅의 수치적, 정량적 외형은 기업의 만족도 관리에 적용하고 소비자나 청자의 만족도 관리에는 고객의 날 행사나 정기적 만남의 날을 통한 정성적 분석으로 SNS 마케팅의 3~4배 가중치를 두고 관리해야 진정한 SNS 마케팅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

Social Networking Service, 즉 SNS는 상호간의 동등한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등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이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특징은 양면성에 있다. 즉 내가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받기도 하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는 주지만 상대는 받기만 한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받아야 하는 것을 전혀 무르고 받을 자세도 돼 있지 못하다. 받아야 할 것을 인사이트(insight)라고 한다. 상대의 속마음(in)을 보는(sight) 것이 바로 기업의 진정한 자세다.

SNS 마케팅은 광범위하고 동시에 특정 성향의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소비자층의 빅데이터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하지만 인사이트(insights)를 볼 수 없다면 그건 앞에 이야기했던 겉만 보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인사이츠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만 이 환경과 토양에 맞는 다양한 타깃 고객들에게 맞춤형(customized)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소비자들의 만족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원천이다.

SNS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대신 마케팅을 해주는 바이럴 마케팅이다. SNS 마케팅의 경향이 점점 PC통신 시대의 CUG(Closed User Group)화 되어 가고 있다. ‘누구나’ 하고도 커뮤니케이션 혹은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끼리만의 ‘끼리끼리 커뮤니케이션’으로 폐쇄화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호소통 채널로서 SNS 이용자들끼리 성별, 연령, 지역, 학교, 흥미 등과 같은 공통점으로 뭉쳐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폐쇄형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어중이떠중이 모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를 수준에 맞게 공유하겠다는 일종의 멤버십 성향 때문이다. 이 그룹에 들어가는 자격과 기준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이 그룹에 대한 자부심도 무척 높다. 로열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바로 시간과 정성이다. 어느 커뮤니티는 일정기간의 활동과 수준을 체크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기간과 노력을 한다. ‘온라인의 오프라인화’라고 해도 될 것이다.

SNS 등장으로 개인이나 중소기업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겉만 보고 따라하다 가는 순기능보다 안티를 생성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역기능의 장이 되기도 한다. 내 의도를 감추려 해도 상대(집단)는 무섭게도 금방 알아차린다. 내가 마케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SNS를 싫어해 그들만의 리그인 CUG로 이사를 가는 거다. 중소기업들이 SNS 마케팅을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게 되는 이유다.

중소기업의 SNS 마케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고 무조건 자기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점이다. 상대와의 관계 형성은 아랑곳 않고 무조건 내 목적과 목표만 달성하기 위헤 SNS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다대다(many-to-many)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시하고 나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재미와 감성, 그리고 내가 아닌 상대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인기’를 얻어야 한다. 홍보나 마케팅의 목표인 콘텐츠를 올리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SNS 마케팅은 긴 호흡으로 천천히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우군이 생겨 나 대신 좋은 입소문을 내주고 이 소문은 그들의 친구들에게까지 퍼져 나간다. 이렇게 퍼져나가는데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SNS 마케팅의 출발은 내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이다. 혹시 SNS를 한글 자판으로 입력하면 ‘눈’이라고 입력된다. 그렇다. SNS는 상대의 눈이다. 내 눈은 1개지만 SNS 상의 상대의 눈은 수천, 수만, 수십만개다. 그 수천, 수만, 수십만의 눈을 생각하고 그 눈들을 모두 행복하게 실행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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