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프로모션 이야기④] 조용필 ‘오빠부대’·서태지 팬클럽 등 ‘팬덤문화’ 기업마케팅에 도입을
[아시아엔=이원섭 마컴 빅데이터 큐레이터] 고객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우리를 응원하는 그룹, 둘째 응원도 험담도 하지 않는 무관심 그룹 그리고 셋째는 험담을 하는 그룹이다. 고객의 특성상 또는 인간의 특성상 좋은 소리보다는 욕하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남에게 전파하는 양도 항상 욕하는 소리가 훨씬 많다. 따라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좋은 여론을 만드는 것이지만 나쁜 여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칭찬 그룹은 전파속도와 전달받은 사람의 수가 많지 않지만 험담하는 그룹의 전파속도와 전달받은 사람은 훨씬 많다.
우리를 응원하는 고객은 그냥 두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험담하는 고객들은 더 이상 전파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특히 잘못된 정보로 인한 험담은 즉시 바로 잡지 않으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닥쳐 기업이 위기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험담은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험담 당사자인 기업이나 개인이 바로잡기에는 너무 힘들고 또한 설득도 잘 되지 않는다,
요즘 연예인을 중심으로 하는 팬덤문화라는 것이 있다. 팬덤문화는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말한다. 팬(fan)과 영토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로 시작된 국내의 팬덤문화는 19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의 팬클럽이 만들어 지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인기 정상의 걸그룹이나 빅뱅 또는 엑소 같은 남성그룹을 따라다니는 광팬의 팬덤문화는 일방적인 구애나 모든 일을 제쳐두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극단적인 모습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그 힘은 매우 막강하다. 지하철이나 거리의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팬덤이 특정 연예인의 생일축하 광고를 게재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 관련 상품을 구입하고 그 연예인 명의로 기부활동을 하는 등의 방향으로 팬덤문화가 발전하고 있다.
과거 팬덤문화의 주체가 10대가 주류를 이뤘다면 지금은 20대 이상의 사회인들로 그 범위가 넓어지며 재력, 경력,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 팬덤문화는 우호적인 응원세력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으며 자신이 신봉하는 그룹에 대한 험담이나 잘못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거나 바로잡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험담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가 변명을 하거나 의견을 표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두산그룹 관련사의 주가가 잘못된 정보로 인해 하락할 때 박용만 회장의 팬덤들의 팔로워 활동으로 잠재워진 것이다. 팔로워들은 올바른 정보로 호소하는 한편 유통되고 있던 정보가 허위임을 설득하고 적극 전파하면서 단기간에 험담은 사라졌다.
기업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목적은 바로 이런 팬덤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는 직역하면 ‘전도사’란 뜻이다. 신앙을 전파하는 전도사처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우리 기업이나 상품, 서비스의 고객전도사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전도사들이 우리의 팬덤이 되어 시장에 전파시키고 다른 신규 고객들에게 확산시켜 준다면 기업 스스로가 하는 것보다 몇 배의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이 노력한다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 팬덤처럼 스스로 반하여 추종하게 만들어야 한다. LG 휴대폰이 허리케인의 피해 속에서도 멀쩡하게 작동되자 미국 고객이 LG 휴대폰 전도사가 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의 ‘LG 구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 제품의 장점 또는 선행 등을 네티즌들이 직접 찾아내 글을 올리고 SNS 상에서 이를 퍼나르는 등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전도사들은 단순히 홍보활동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전문가와 같은 기술을 전파하기도 하고 시장의 소리나 여론을 피드백 해주기도 한다. 또 자발적으로 카페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호적인 소식을 전파하고 블로깅 활동도 한다.
SNS나 온라인 아닌 오프라인의 실제 공간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그것도 신뢰의 팬덤관계로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상업적 접근보다는 우리를 이해하고 따르는 팬을 만드는 연예인들처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는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팬덤문화는 신규고객에게서 만들어지기보다 기존고객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새로운 대상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기존고객에게 더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더 자주 접하고, 더 많은 정보를 주고, 더 많은 혜택이 생기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서도 기존고객은 신규고객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덜 들뿐 아니라 적확한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고객에 대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신규고객에 비해 3분의 1의 비용으로 재구매에 2배 이상 효과가 있다는 자료도 있다.
고객은 단계별로 잠재고객->예상고객->고객->충성고객->추천고객 순으로 진화한다. 마지막 고객인 충성고객과 추천고객이 바로 팬덤문화를 만드는 대상이다. 지금 우리 고객의 행동을 분석해 보라.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 즉 최근 언제 구매했는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지출했는지 등 과거에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고객 평가기준 이외에도 이제는 비용측면보다도 충성지수(추천율, 전도율)를 체크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충성률은 신규고객 추천이나 신규서비스 캠페인 등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