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과 잡초예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고생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 흔히 자신을 ‘잡초(雜草) 같은 인생’을 살았노라고 비유한다. 잡초는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닐 뿐, 결코 나쁜 의미거나 특정한 식물 종으로 분류하는 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잡초라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다. 게다가 번식력도 왕성해서 농업에 있어선 재배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먹는 건 물론, 생존까지 방해한다. 그래서 농부들은 농약을 쓰거나 제초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아주 주적(主敵) 취급을 한다.
하지만 잡초의 씨앗은 기본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땅 속에서 버티는 능력이 있어 근절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잡초라고 해서 아주 없으면 안 된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분을 퍼 올리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땅을 섬유화시켜서 표토(表土) 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가 건조한 미국 텍사스의 한 과수원에서는 잡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자 주변의 잡초를 아예 씨를 말려버렸었다. 그랬더니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바람으로 몇 년 치 농사를 망쳤다. 그래서 지금은 그 근방 농원에서는 과수 사이에 잡초를 키워둔다.
그리고 잡초는 소나 양을 키우는데 있어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소가 잘 먹는 풀이라고 할지라도 방목을 하는 목초지에선 잡초가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 토양이 더 기름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를 이용해 잡초는 폭풍 성장을 해 또다시 소들의 맛좋은 먹이가 된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17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 들풀 ‘100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종자은행을 세웠다. 그 기사의 끝에 실린 그분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사람도 이와 같다. 자기가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개면 잡초가 된다. 그런데 세상엔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러한 잡초 같은 인생이라도 우리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 소중한 존재다. 우리 모두가 타고난 자신만의 아름다운 자질을 맘껏 펼치면, 더 이상 잡초가 아닌 ‘들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고귀한 인생으로 자리할 것이다.
지하주차장에 주차요원으로 근무하는 분 중에서, 인사도 잘하고 밝은 표정으로 근무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뭔가 불만스럽고 마지못해 근무한다는 표정으로 일하는 분도 있다. 아마 본인은 전직이 화려해 이런 곳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왕년에 높은 자리를 지냈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들풀처럼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일하고 계시는 분을 보면, 자기자리를 꽃자리로 만드시는 분들처럼 귀하게 보인다.
가수 나훈아의 대표곡 ‘찹초’를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가수 나훈아를 대표하는 노래 중의 하나로 1982년에 발표된 노래. 그 가사를 한 번 음미해 보자.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 임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 임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잡초 같은 인생! 그러나 우리는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세상을 유익 주는 산삼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잡초는 없다. 인생 마음먹기에 달렸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범부(凡夫)가 깨쳐 부처가 되며,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는 것이다.
<음부경>(陰符經)에 이르기를 ‘생(生)은 사(死)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 하였다. 생사라 하는 것은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과도 같고, 주야가 반복되는 것과도 같다. 이것이 곧 우주 만물을 운행하는 법칙이요, 천지를 순환하게 하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