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다시 태어난 ‘별’···최불암·신구·수애·하지원·소녀시대·조용필·김옥빈·손예진

장재선 기자 신간 ‘시로 만난 별들’, 배우·가수 등 예인 40명 시와 에세이로 묘사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누런 봉투에 담겨 배달되는 책은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간다. 어제 소포가 왔다. 장재선 <문화일보> 문화부장이 10여년만에 펴낸 <詩로 만난 별들>이다.

장 기자(나는 그를 ‘제이제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누가 그렇게 부르는지는 알 수 없다)가 책을 낸 건 전날 카톡을 통해 알았다.

이상기 詞伯께.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는지요? 장재선입니다.?단톡을 통해, 전언을 통해 선배님 활동을 접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응원하면서도 그만큼 표시하지 못하네요.?제번하고, 제가 책을 하나 썼습니다. 한국대중문화 인물들 이야기를 시와 ‘프로필 에세이’로 담은 것입니다. <시로 만난 별들>이라는 제목입니다.?십 수년 간 책을 못 냈습니다. 공력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이제 좀 뻔뻔해졌는지 책을 내게 됐네요. 깜냥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 것도 있고요.?출판사가 책을 보내 드린다고 들었습니다. 바쁜 선배님께 책을 보내도 될지 좀 망설이다가 보내라고 했습니다.?뵙고 전해드리는 게 도리이지만, 추석 전 무척 바쁘시겠기에 출판사 편을 빌렸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살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건강,건승하셔요. 不備禮.

제이제이가 늘 설레고 편하게 다가오듯 그의 글들 역시 내게 반가움을 안 준 적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시로 만난 별들

어젯밤 잠들기 전 책을 폈다. 역시 제이제이다운 필체로 정리돼 있다. 시와 수필을 섞어 인물 평(이라기보다 감상 혹은 인연)을 쓴 글을 본 적이 없던 차라 더 신선했다.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벽 4시께 눈이 떠졌다. 다시 <시로 만난 별들>을 들었다. 아는 이들 얘기부터 읽어갔다. 최불암 선생편부터 폈다. 달포 전 프레스센터 뒤 이북만두에서 나오는 최 선생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이북만두 주인 박혜숙 선생이 그의 고향친구라고 한다.

최불암 선생이 시를 지독히 사랑하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배우 황정순을 시작으로 김지미, 신구, 가수 패티김 선생 차례로 읽어갔다. 임권택 감독 얘기도 해방 전에 태어난 분들을 담은 1부 ‘은은한’에 있다.

2부 ‘환한’에는 50년대 출생 인물부터 60년대생 스타들을 포함시켰다. 조용필·안성기·최성수·엄정화·송강호·수애 등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겠으나 3부 ‘푸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절반 남짓 외엔 낯설다. 전지현·강예원·성유리·손예진·하석진·문채원·김옥빈·박하선·윤두준·소녀시대 등이다.

기자 하면서 시와 소설로 등단한 제이제이의 책 머리말을 놓치면 읽지 않은 것과 다름 아니다. 머리말 처음과 끝 대목이다.

“가까이 보이는 듯 멀리 있는 존재. 그게 별입니다. 대중문화 스타들도 그렇지요. 우리 대중문화를 빛낸 인물들을 기자로서, 혹은 친구로서 만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희로애락을 지닌 인간으로서 이웃들과 얼마나 가깝게 살고 싶어 하는지를. 유명세를 누리는 대가로 각종 소문에 시달리며 얼마나 고통받는지를.(중략) 이름만 불러도 내 마음이 환해지는 아로아와 서하, 서현!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여 우리 시대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벗으로 살아가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이천십칠년 가을에 장재선”

조영남씨를 화가 겸 가수를 뜻하는 듯한 화수(畵手)로 표현한 것이 기발하다. 어제밤, 오늘 새벽 못다 읽은 藝人들 얘기는 추석 연휴 독서 목록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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