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찐빵’ 장재선 “어머니 없이 참 오랜 세월을 혼자 버텨왔구나”

찐빵

집 근처 시장에
찐빵 가게가 생긴 것을 안 후로
가끔 들른다.

고향에서 살던 그 때,
어머니는 찐빵을 즐겨 만들었다.
뜨거운 김이 나는 찐빵을
논일하는 어른들에게 갖다 줄 때마다
나도 배불리 얻어먹었다.
내 얼굴이 찐빵 같다며
어른들은 몰랑몰랑하게 웃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른들은 찐빵 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내 얼굴이 못쓰게 됐다며,
쯧쯧, 혀를 찼다.

그렇게 못쓰게 된 얼굴로
어머니 없이 참 오랜 세월을
혼자 버텨왔구나.

오늘도 빵집에 들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한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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