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한겨울의 입춘'(立春) 정연복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는
칼바람 휘몰아쳐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양력 2월 4일
바로 오늘이 입춘이라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온 세상 추위에 얼어붙고
나무마다 빈 가지뿐
초록빛은 어디에도 없는데
뜬금없이 봄이 왔다니.
아니다!
입춘이 맞다
겨울 지나 봄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있다
겨울 품속에서
봄이 살금살금 자라는 거다
겨울은 봄의 길목일뿐더러
새 봄의 자궁이다.
한줄기 햇살 내려앉은
겨울 나무의 보이지 않는 속
파릇한 봄 기지개 켜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