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설날 아침에’ 김종길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하늘엔 내 꿈이, 땅엔 내 흔적이…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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