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기다리는 시간’ 서정홍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예전 청량리역 시계탑. 시계탑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었다. 그가 일찍 도착하면 “고맙다” 늦게 도착하면 “무슨 일 있었구나” 걱정해주던 곳이다.

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
설레는 마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으면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지 생각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사람을 기다려 주는 일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다음에 또 기다려 주는 일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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