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주신 밤에 씨뿌렸네”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에 담긴 9가지 덕목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하잘 것 없어 보이는 민들레에게 ‘포공구덕’(蒲公九德)이 있다. 민들레의 습성을 비유하여 한의학에서 민들레를 지칭하는 말로 ‘포공영’(蒲公英)’이라고도 한다. 민들레는 조용필의 노래 ‘일편단심 민들레’에서 보듯이 여러 문학작품에서도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한사람만 바라보고 일편단심(一片丹心) 기다리는 사람에게 쓰일까?
보통 사랑하는 사람이 먼 곳에 있어도 변심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러 일편단심 민들레라고도 한다. 대표적으로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를 기다려주는 여자친구나 드라마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아픈 배우자에게 수발을 다 들면서 혹은 배우자에게 스트레스성 난동을 받으면서도 몇년째 고생하면서 배우자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 등도 해당된다.
민들레에는 아홉 가지의 배울 점이 있다. 옛날 서당에서는 뜰에 민들레를 심어놓고 글을 배우는 제자들이 민들레를 매일같이 보면서 민들레의 아홉 가지의 덕목을 교훈으로 삼도록 가르쳤다. 이를 ‘포공구덕’이라 한다.
첫째, 인(忍). 민들레는 밟거나 우마차가 지나 다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어 인내하는 덕목을 가졌다.
둘째, 강(剛). 민들레는 뿌리를 자르거나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돋고, 호미로 난도질을 해도 가느다란 뿌리를 내려 굳건히 살아나는 강건함을 지니고 있다.
셋째, 예(禮). 민들레는 돋아난 잎의 수만큼 꽃대가 올라와, 먼저 핀 꽃이 지고 난 뒤 다음 꽃대가 꽃을 피운다. 올라오는 순서를 알고 이 차례를 지켜 피어나니 예의 덕목을 지녔다.
넷째, 용(用). 인간에게 여린 잎이나 뿌리를 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다 바치는 쓰임의 덕이 있다.
다섯째, 정(情).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꽃에는 꿀이 많아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정의 덕을 지니고 있다.
여섯째, 자(慈).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젖이 흘러나와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된다.
일곱째, 효(孝). 소중한 약재로 뿌리를 달여 부모님께 드리면, 흰머리를 검게 하여 나이든 이를 젊게 보이게 하니 효의 덕목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여덟째, 인(仁). 민들레는 자기 몸을 찢어 모든 종기에 아주 유용한 즙(汁)을 내어준다. 자기의 몸을 희생시켜 어진 것을 나타낸다.
아홉째, 용(勇). 꽃이 피고 질 때,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돌밭이나, 가시밭이나, 옥토(沃土)에 떨어져 스스로 번식하고 융성(隆盛)한다.
그냥 길섶에 피어 하찮고 수줍어 보이기만 하는 민들레가 이처럼 아홉 가지의 덕이 있다.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를 가만히 읊조려 보자.
임 주신 밤에 씨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나
행복했던 장미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 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
해가 뜨면 달이 가고 낙엽 지니 눈보라 치네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편단심 민들레야
가시밭길 산을 넘고 가시밭길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찾아 왔소
행복했던 장미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 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