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주식형제(酒食兄弟) 혹은 급난지붕(急難之朋)?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명심보감> (明心寶鑑)》제 19 ‘교우편’(交友篇)에 ‘급난지붕’(急難之朋)이라는 말이 나온다.
‘급(急)하고 어려울(難)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朋)라는 뜻이다.
서로 바라는 바가 없고, 생각과 사상이 같으며, 함께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향(指向)하는 목표가 같은 친구를 말할 터이다.
벗의 사귐에 관해 맹자(孟子)의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
증자(曾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어 짐(仁)을 이루는데 도움을 받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그러나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晏平仲, ?~BC 500)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으니, 오래 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노라.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 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술 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하나도 없구나.”(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 되느니라.”(不結子花休要種, 無義之朋不可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정말 옳은 말씀 아닌가? 그런데 요즘 현실이 너무나 각박(刻薄)하다. 그러하기에 이 성현의 말씀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좋을 때는 후하게 선심 쓰고, 좋은 말을 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같이 행동한다. 그러나 평소에 그렇게 잘 하던 사람이 막상 우리가 큰 시련을 맞았을 때, 외면한다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떤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1년 공백기 동안 진실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재정리가 되는 정말 값진 1년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또한 나도 그들에게 진정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도반(道伴)과 동지(同志)의 잘못은 밀물에 지워지라고 모래 위에 적는 것이다. 또한 도반, 동지의 고마움은 비바람에 견디면서 영원히 기억하라고 바위 위에 새긴다. 또 친구의 눈물은 힘들면 비가 내릴 때 같이 울어주라고 구름에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