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비교를 팔고, 광고는 불안을 판다···“댕댕이 보험 왜 나만 없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모습이다. 일본은 경제 보복을 넘어 경제침략을 단행한 것 같고, 러시아와 중국은 우리나라 영공을 무단 침입했으며, 미국은 한미일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만행에 팔짱만 끼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은 존 볼튼 안보보좌관이 방한해 일본과의 갈등문제는 아랑곳없이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강요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간 한국에 베풀었던 공짜점심 값을 내라는 위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공짜 점심이다.
올해 ‘투자의 귀인’ 워런 버핏(89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점심식사 낙찰가로 확정된 금액이 무려 456만 7888달러(약 54억 746만원)이라고 한다. 아마 그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더 남음이 있다는 생각에서 점심 한 끼에 천문학적인 거금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버핏과의 점심보다 더 비싼 점심이 공짜 점심이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법으로 불린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을 3만 원 이하로 책정한 이유도 여기에 근거했다고 한다. 김영란법에서는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책 <공짜점심은 없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낮에는 식당, 밤에는 술집을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가게 손님이 줄어들어 운영 자체가 위험해질 지경이 되었다. 사장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모을 수 있을까?’
사장은 고민 끝에 특별한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저녁 가게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오늘 여기서 술을 마신 손님에게는, 다음날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그러자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공짜점심을 먹는 사람들은 가게가 망하지는 않을까 걱정해 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그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사장은 술값과 다른 비용을 조금씩 올려서, 손님들에게 이미 점심 식사비용을 포함하게 되었다. 손님들은 마치 점심 식사를 공짜로 먹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술만 마시고 다음 날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는 손님들도 있었으니 사장 입장에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기회비용 원리를 적용하면 강가의 조약돌을 줍는 일도 공짜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시간을 조약돌을 줍는 대가로 소모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지금 당장은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은 알게 모르게 그 대가를 지급하는 상황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문제는 공짜인 줄 모르고 공짜를 남용하는 사례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 있는 것이다. 재런 러니어의 책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에서 SNS 서비스가 공짜인 이유는 우리가 ‘고객’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상품’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카오톡’에 들어갈 때 우리가 카카오톡 고객인 줄 착각한다. 그런데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우리가 한번의 클릭할 때마다 상품이 되어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료를 챙기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카카오톡의 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라는 상품이 카카오톡에 한번이라도 더 많이 클릭하도록 SNS를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타의 선행보다 이혼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하게 된다. 테러나 금융위기 등 부정적인 피드백은 늘 클릭 우위를 점하고, 언론과 기업은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이것을 반영해 뉴스피드를 조정한다. SNS는 비교를 팔고, 광고는 불안을 판다. 여행 광고에서 “너는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묻고, 펫 보험 광고 속 강아지는 “댕댕이 보험 왜 나만 없어!”라고 외친다.
재런 러니어는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고안한 컴퓨터과학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담배’가 아니라 ‘납이 든 페인트’에 비유한다. 납이 해롭다고 페인트칠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지만, 여론과 법률제정으로 납을 함유하지 않은 페인트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SNS 중독은 이제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만큼 흔해졌다. 역설적이게도 중독은 끊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힘들다. 이것이 그가 SNS 시스템의 새 표준을 촉구하고, ‘계정 삭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SNS가 독이 든 성배(聖杯)인 줄도 모르고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탐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