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호텔 델루나’와 서울대 정현채 교수의 ‘죽음학’ 강의

호텔 델루나 <연합뉴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tvN에서 주말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호텔 델루나> 드라마에서는 일단 사람이 죽으면 중음(中陰)에 영혼이 머물다가 영혼을 정화(淨化)시켜 좋은 영(靈)은 좋은 곳으로, 나쁜 영은 나쁜 곳으로 보내는 일종의 중간 역(驛)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중음은 호텔 델루나’이고, 머무는 기간은 영혼의 정화정도에 따라 금방 떠나는 영도 있고 49일 또는 몇 달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가상의 영역을 그리고 있지요. 저는 죽음에 관한 관심이 많아 조금 만화 같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의대 정현채 교수의 ‘죽음학’ 강의가 세인(世人)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정현채 교수는 소화기학 교수로 10년 넘게 ‘죽음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위염이나 위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로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정현채 교수의 이 ‘죽음학’강의를 요약·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부모와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수많은 과학적 연구성과를 접한 결과 죽음은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벽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 사람이 죽은 다음 어떻게 되나 하는 의문을 갖고 15년 전 죽음 공부를 시작했다.

육체는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간다. 나는 죽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죽음과 관련이 있는 수백 권의 문헌과 논문을 읽고 동영상 자료를 찾았다. 실증주의 교육을 받아 체화한 과학자로선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던 영적 체험들이 단순한 착각이나 환상이 아니라 분명한 실재임을 역시 과학자의 입장에서 알게 됐다.

우리의 육체가 더 이상 기능하지 않게 되어 부패해 가더라도 의식은 또렷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경이로움은 이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죽음을 내포한 생명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돼 고난과 역경을 영적인 성장의 기회로 껴안게 되었고 주어진 삶을 더욱 충만하게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이 임종이 가까워지면 신체에 몇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체중감소·식욕감퇴·쇠약·부종 같은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정신착란·불안·흥분 같은 정신적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하거나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세상사에 대한 관심도 옅어진다.

임종이 좀더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감소하고 호흡 변화와 함께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며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푸른빛이나 자줏빛 반점이 나타난다. 이밖에 떨림·발작·근육경련·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이 같은 발작 증세를 보일 경우 뇌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간질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투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병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의료진은 살인죄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보면 ‘흡인성 폐렴’이 유발돼 오히려 환자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눈 딱 감고 먹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고령의 노인은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서, 다시 말하면 죽을 때가 임박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죽음학’의 효시(嚆矢)로 일컬어지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한 자아를 둘러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로스 박사의 이런 주장은 오랜 임상 경험의 결과였다.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관찰한 삶의 종말 체험과 근사체험을 통해 이끌어낸 결론이었던 것이다.

삶의 종말체험은 죽음과 관련해 일어나는 중요한 영적 현상이다. 근사체험과 공통되는 부분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개념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떤 환영을 보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먼저 떠난 가족이나 친지 또는 친구가 임종하는 사람을 마중 나온다. 이는 임종하는 사람과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지막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사체험은 죽음 직전에 경험하는 사후세계로서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을 갖고 체외이탈을 경험하고 터널을 통과하거나 밝은 빛과 교신하며 천상의 풍경을 관찰한다. 세상을 떠난 가족·친지와 만나고 자신의 생을 회고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근사체험은 갑작스런 사고로 심장과 호흡이 멎은 죽음의 상태에서 체험을 하는 것이다.

근사체험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 죽은 뒤 어떻게 되나? 스웨덴의 스베덴보리 등 신비가들에 따르면 인간은 육신이 죽은 후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파동의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서만 존재하는데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은 서로 모이게 된다.

즉, 영혼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육신을 벗어나 비물질계로 옮겨갔다고 해서 갑자기 깨달음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지상에서 성취한 영적인 발달 정도에 따라 각자의 영혼이 끌리게 되는 여러 수준의 차원이 있다. 영계에는 비슷한 진동수를 가진 영혼들의 공동체가 수없이 존재하며 이들과 계속 유대를 갖고 집단을 이뤄 존재하게 된다.

낮은 도덕적 특이 중력을 지닌 사람들은 일단 낮은 수준으로 몰리지만 발달한 영들의 도움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점차 진화해간다. 죽어서 육신을 벗어난 신참 영혼은 사후 1차 영역에 머물게 되는데 고독감·무력감·결핍감·고통·환멸 같은 감정을 느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이때 마음을 열고 간절히 기원하면 수호영혼의 도움을 받아 지상에서 사는 동안 오염되었던 삶을 정화하게 되고 손상된 영혼을 치유하고 보고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누구나 죽기 마련입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빨리 영혼을 정화시켜 좋은 곳으로 가려면, 바쁩니다. 생사를 해탈하는 수행에 전념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호텔 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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