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7800명 자리 빼앗은 강사법의 역설···‘은혜와 해독’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은혜에서 은혜를 낳고, 은혜에서 해를 낳고, 해에서 해를 낳고, 해에서 은혜를 낳는다. 원불교 교리 중의 하나가 “은혜가 해에서 나온다”는 은생어해(恩生於害)와 “해가 은혜에서 생겨난다”는 해생어은(害生於恩)이다.
우리는 흔히 은혜를 베풀면 은혜가 나오고, 해독을 끼치면 해독이 나온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 그러나 상대적 현상세계에서 은과 해는 반복되기도 하지만 교차하기도 한다. 아마 종교계에서 이런 ‘은생어해 해생어은’의 교리를 가진 종교는 원불교가 유일할 지도 모른다.
지난 8월 30일자 언론들은 ‘시간강사 해고대란은 현실이었다. 강사법 시행 앞둔 1학기 4704명 실직’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지위 보장과 처우개선을 주된 내용으로 담은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안이 작년 국회를 통과했다. 법 제정 후 7년간 시행이 미뤄져온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보장이 올해부터 현실화된 것이다.
그런데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사실상 3년간 임용을 보장하는 강사법 시행의 은혜가 지금 완전이 해독이 되어 나타났다. 이달초 시행된 강사법을 앞둔 올 1학기 각 대학에서 일자리를 잃은 시간강사는 7800여 명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에서는 총 5497명, 전문대에서는 2421명이 강사 자리를 잃었다. 이 가운데 4700여명은 전업강사였다. 이들에게는 완전히 은혜로 시작한 강사법이 생계를 빼앗은 해독으로 변한 것이다.
고부 갈등의 원초적 잘못을 남편의 중간 역할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시어머니 앞에서 아내 편을 들거나 칭찬을 하는 것이 은혜같이 보이지만 ‘해’로 나타낼 경우도 많다. 그리고 중·고교에서 왕따의 최고 공헌자가 담임교사일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 앞에서 특정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은혜같이 보이지만, 칭찬받은 그 학생을 왕따로 보내는 지름길이다. 그러니까 칭찬은 무상보시(無相報施)여야 한다. 보시는 과수에 거름을 하는 것 같아서 과수 위에다가 흩어준 거름은 그 기운이 흩어지기 쉽고 잘못 주면 과수를 죽일 수도 있다.
독이 없는 약이 없고 약 되지 않는 독은 없다. 남용하면 약이 독으로 변하고 신중하면 독이 약이 된다. ‘은혜와 해독’도 이와 같다. 그래서 은혜를 베풀 때는 은혜가 해가 되는 일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