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회’ 전광훈 목사의 ‘종교와 정치’

전광훈 목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10월 3일 개천절 날,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일부 기독교단체가 개최한 집회에서 한 단체가 북한 ‘적기가’를 개사한 노래를 불러대며 폭력시위를 펼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적기가’를 개사한 노래를 계속해서 크게 틀면서 청와대로 진격하려는 폭력시위 탈북자들을 독려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를 보고 심한 전율(戰慄)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적기가라는 것이 북한에서 널리 불리고 있는 혁명가요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막말을 쏟아냈다. 전광훈 목사는 “청와대로 진격하여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해 일부 시민단체가 그를 내란선동죄로 고발까지 했다. 정교분리 사회에서 교회단체장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말을 퍼붓고도 무사한 것을 보면 참으로 우리나라는 자유 대한민국임이 분명한 것 같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정치와 종교란 세상을 운전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종교와 정치는 한 가정의 자모(慈母)와 엄부(嚴父)와 같다. 이렇게 종교는 도덕에 근원하여 사람의 마음을 가르쳐 죄를 짓기 전에 미리 방지하고 복을 짓게 하는 법이다.

정치와 종교가 각자의 기능을 가지고 균형을 가질 때 세상이 올바르게 운영된다. 그런데 만일 정치와 종교가 하나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불행을 자초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수레의 두 바퀴 중 한 쪽이 망가져, 비유하자면 양부모 가정이 편모(偏母) 또는 편부(偏父) 슬하가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종교와 정치는 업무분장이 다르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각자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프랑스의 루이 9세(1214~1270)다. 그는 두 차례나 십자군에 직접 참전하여 이슬람 세력과 싸우다가 끝내 아프리카에서 죽었고, 교황청은 이를 기려 성인(聖人)으로 시성(諡聖)하였다.

국왕이자 성인인 루이 9세는 ‘성왕’(聖王·생루이 Saint Louis)으로 불린다. 그러면 성스러운 왕이 통치하는 나라는 어떠했을까? 국왕 자신은 성스러운 인물일지도 모르나종교 갈등과 전쟁, 인종 갈등으로 얼룩진 그의 치세는 선정(善政)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중국에도 있다. 바로 달마(達磨)와의 대화로 유명한 양무제(梁武帝 464~549)다. 양무제가 달마대사를 궁으로 초빙하여 자기의 많은 불사(佛事)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공덕을 물었을 때 달마는 “소무공덕”(少無功德)이라고 했다. 이는 실제로 공덕 없는 정도가 아니고 종교 해악(害惡)수준이었다.

무제는 불교에 차츰 빠져들어 황제 자신이 지은 ‘동태사’에 출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절에 막대한 재물을 보시(布施)했다. 그 결과 양나라의 재정은 궁핍해지고 마침내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사마광은 양무제를 이렇게 평했다. “양 무제가 마지막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불심천사로 군주로서의 도가 이미 지극하니 군신의 간언은 어떤 것도 필요 없다고 자만하였다. 이 자만이 양나라를 망하게 하고 후세의 놀림거리만 되고 말았도다.”

종교와 정치가 결합 되면 이런 꼴이 되고 만다. 기독교계의 원로인 손봉호 교수는 전광훈 목사가 꿈꾸는 기독정당에 대해 “종교집단이 아니고 정치집단이다” “기독교회 이름으로는 절대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이 시대의 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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