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웅얼거리다 철학자 니체를 떠올리다

가수 김연자씨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트로트 가수 김연자(60)씨가 부른 ‘아모르파티’라는 노래가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 노래의 뜻이 뭔지도 모르고 입으로만 흥얼거려왔다.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 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왔다갈 한 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철학적인 가사(歌辭)가 아닌가? 아모르파티라는 말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운명관’(運命觀)을 나타낸다고 한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용어인데 ‘운명애’(運命愛)라고도 한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어려움 등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것과 같은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파티’ 즉 ‘운명애’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부르짖는 “공부와 사업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뛴다” “모든 도반과 동지는 화합하고 단결한다”와 같은 뜻이 아닐까? 아모르파티 노래의 한 구절대로 인생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루해가 저물어 갈 때 오히려 저녁노을이 더욱 아름답고. ​한해가 저물어 갈 즈음에야 귤은 잘 익어 더욱 향기롭다 했다.

​​사람도 인생의 황혼기에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 멋진 삶으로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권세와 명예, 부귀와 영화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고결(高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재색명리(財色名利)를 가까이 하고서도 이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더욱 고상하다 할 수 있다.

나이도 익어가면서도 여태껏 권모술수와 재와 색, 권력과 이익 앞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면 여간 측은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분수를 넘지 않도록, 자신의 인격을 갈고 다듬는 수양에 정신과 육신, 그리고 물질을 아낌없이 쓰며 공덕을 쌓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남에게 베푼 공(功)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남에게 은혜 입은 것만 마음에 새겨 두어야 공덕(功德)이 된다.

굴기(屈起)하면 하심(下心)하는 것이다. 더러운 거름이 많은 땅에서는 초목이 잘 자란다. 지나치게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때 묻고 더러운 것도 용납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우리를 ​괴롭히거나 대질리는 사람일지라도 아주 적으로 돌리지 말고 용서하자. 용서가 안 되면 차라리 무심(無心)해버리자. 우리가 그런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용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면 그것이 ‘아모르파티’이고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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