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품격’ 정두언 의원이 남긴 ‘포용과 중도의 정치’

정두언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2010년, 연합뉴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정두언 전 의원이 16일 타계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생전 마지막 방송에서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또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지향점을 짚었다. 그는 보수의 품격을 남김 없이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그는 “한미 FTA 당시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망했나? 미국이 재개정을 하자고 했다. 지나가면서 반성하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가 차분하게 논의돼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하다 보면 나쁜 일이 생긴다”며 “한일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수·진보 서로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정두언 의원

참으로 우리 사회는 오만(傲慢)과 편견(偏見)이 지나치게 팽배하고 있다. 오만은 방자하고 잘난 체하여 건방지다는 뜻이며 편견은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를 말한다.

이런 오만과 편견이 우리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항상 투덜거리는 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이 보기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배움이 부족하고 무례한 사람들뿐이었다.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자 급기야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눈빛마저 불쾌하고 기분 나쁜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느 날, 청년은 길에서 마을에 유명한 철학자를 만났다. 이 철학자는 평소 인품과 학식이 높아서 청년이 유일하게 불만을 품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청년은 여느 때처럼 철학자에게 다가가 마을 사람들에 대해 불평을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비열하고 천박한 사람이 싫습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추레한 심성을 가진 사람은 숨기려 해도 겉으로 다 드러나는 법이지요. 저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천박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구체적인 험담의 대상을 찾아 주변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젊은이의 모습이 보였고,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두언 의원 <정 의원 페이스북>

“저기 저 한심하게 보이는 사람을 보세요. 삐딱하게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의가 없습니까? 지저분한 옷차림만 봐도 남을 위한 배려 심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을에 이런 사람들뿐이니 제가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좋아하겠습니까?”

그러자 철학자가 청년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저기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거울이라네. 저 사람은 바로 거울에 비친 자네라네.”

미움이 가득한 눈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미움으로만 보이는 법이다. 그 미움이 다른 것들을 보는 시선을 감추어 버리기 때문이다.

고집이 가득 찬 편견은 눈가리개보다 더 사람의 눈을 캄캄하게 가려버린다. 편견과 미움으로 눈을 가려 버리면, 편견과 미움밖에 볼 수 없다.

<잡아함경>(雜阿含經) 38장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다. 어느 날 아난다가 찾아와 향기에 대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정두언 전 의원

“부처님, 저는 혼자 숲에서 명상을 하다가 문득 이런 것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기지 못합니다. 뿌리에서 나는 향기나, 줄기에서 나는 향기나, 꽃에서 나는 향기는 다만 바람을 따라서 냄새를 풍길 뿐입니다. 그렇다면 혹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바람에 상관없이 풍기는 향기는 없을까요?”

“아난다야, 네 말대로 뿌리의 향기나 줄기의 향기나 꽃의 향기는 바람을 따라 향기를 풍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향기를 풍기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긴다. 그것은 이런 향기다. 어느 마을에 착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그들은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 마시고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보면 누구든지 어느 곳에 사는 아무개는 계율이 청정하고 진실한 법을 성취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다. 이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고 거슬러서도 풍기며,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관계없이 풍기는 것이다.”

원불교 대산(大山) 종사님은 수도인의 몸과 마음에서 향기가 풍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 향기를 대산종사는 ‘계향(戒香)’이라고 했다.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도 아난존자와 부처님과의 대화가 나온다.

“세존이시여! 계(戒)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아난아, 계를 지키게 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후회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니라. 만일 계를 잘 지키면 후회할 일이 없느니라.”

“세존이시여 후회함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아난아, 후회함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이니라.”

계문은 하지 말라고 하며 우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못하게 함으로써 내면의 힘을 키우는 일이다.

정두언 전 의원이 생전에 보수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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