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삼귀도·솔까말···’소확행’은 좋지만 이런 줄임말은 ‘곤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소확행(小確幸)은 1990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게르 한스섬에서의 오후>에서 나온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아마 이런 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SNS를 생활해 하면서 가급적 말을 줄이려는 행동에서 나오는 행위인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아름다운 우리말을 이렇게 조각내고 만신창이(滿身瘡痍)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이 유행되고 계속 사용한다면, 우리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통곡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 오염 된 말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조금 찾아보았다.
①사바사
사람 by 사람의 줄임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개개인별로 다른 상황이다’ ‘다르게 생각한다’ ‘다를 수 있다’라는 뜻이다.
②삼귀다
‘사(4)귀다’의 의미보다는 덜하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이’를 의미다.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그냥 친구 사이는 아닌 것이다. 사귀다의 <사>를 숫자 <4>로 바꾸고 ‘4가 되지는 못하지만 3정도는 된다’는 의미이다. 그 예시(例示)로 “우리 삼귈래?” “니네 삼귀니?” “우리 오늘부터 삼귀어”등의 뜻으로 쓰는 것이다.
③기타 여러 가지 줄임말
‘낄끼빠빠’가 있다.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솔까말’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졌잘싸’는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밖에 ‘엄지척’ ‘귀요미’ ‘심쿵’ ‘꿀팁’ 등 부지기수다.
어쨌든 ‘소확행’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綿)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같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후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소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2018년 우리 사회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선정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이렇게 ‘소확행’은 현대 사회에서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각박한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에라도 만족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욕구가 드러난 용어로 등장했다.
‘소확행’ 사례는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바쁜 오후 시간의 차 한 잔’ ‘동료나 친구와 주고받는 작은 선물’ ‘퇴근 후 맥주 한 잔’ 같은 것들이 있다. 어쨌든 이런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서민들과 취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애환(哀歡)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그럼 왜 우리나라 서민들은 부지런하면서 불행할까?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한국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비해서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할까’ 아니면 일하기 위해 먹을까. 이 두 가지 말이 행복에 관해 차이점이 있다면 이는 어느 쪽에 조금 더 주된 가치를 부여하고 생각하느냐에 있는 것 같다.
‘소확행’은 2010년대 들어서 널리 사용되어 왔던 ‘힐링(healing)’과 2017년 무렵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일과 삶의 조화를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이 있었는데 신조어도 이렇게 자주 변하는 특성이 있다.
신조어는 항상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유행과 신조어에 매몰되다 보면 결국 아름다운 우리말은 오염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말은 잘 가꾸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째, 줄임말, 은어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가급적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예쁜 뜻의 고운 순우리말을 쓰도록 한다.
필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소확행’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줄임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매일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이들이 알아들 수 없는 말이나 글이라면 더 이상 우리말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소중하듯,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