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왕과 마녀, 그리고 여자의 마음

아더왕 이야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누가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고 했나?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뭘까? 남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여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젊은 아더왕이 복병(伏兵)을 만나 이웃나라 왕에게 포로 신세가 되었다. 이웃나라 왕은 아더왕을 죽이려 하였으나, 아더왕의 혈기와 능력에 감복하여 아더왕을 살려줄 하나의 제안을 한다.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한다면 아더왕을 살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웃나라 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기한으로 1년을 주었고, 아더왕이 1년 안에 답을 찾아오지 못한 경우 처형하기로 하였다. 그 질문은 바로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what do women really want?)” 이었다.

이러한 질문은 현명하다는 사람들도 당황시킬 정도의 어려운 질문인데, 하물며 젊은 아더왕이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아더왕에게는 풀 수 없는 질문으로 보였다. 그러나 당장 죽는 것 보다 나았기에 아더왕은 이웃나라왕의 제안을 받아들여 1년 동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 나선다.

아더왕은 자신의 왕국에 돌아와서 모든 백성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공주들, 창녀들, 승려들, 현자들, 그리고 심지어 광대들에게까지 모두 물어 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만족할 만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아더왕의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기를 북쪽에 늙은 마녀(魔女)가 한명 사는데, 아마 그 마녀는 답을 알 것이니 그 마녀를 데려오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런데 그 마녀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년이 지나 마지막 날이 돌아왔고, 아더왕에게는 늙은 마녀에게 물어보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늙은 마녀는 답을 안다고 선뜻 대답하였지만, 예상대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였다. 그 대가란 아더왕이 거느린 ‘원탁의 기사’들 중 가장 용맹하고 용모가 수려한 ‘거웨인’과 혼인하는 것이었다. 아더왕은 충격에 휩싸였고 주저했다. 늙은 마녀는 꼽추였고 섬뜩한 기운이 감돌기까지 한 추녀(醜女)였다.

이빨은 하나밖에 없었고, 하수구 찌꺼기 같은 냄새를 풍겼으며, 항상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녔다. 아더왕은 이제까지 이렇게 더럽고 추한 생물은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추한 마녀를 자기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인 거웨인에게 혼인하라고 명령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거웨인은 자기가 충성을 바치는 아더왕의 목숨이 달려있는 만큼, 주저 없이 그 마녀와 혼인을 하겠다고 자원한다. 혼인이 진행되었고, 결국 마녀는 아더왕이 가진 질문에 대한 정답을 이야기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 곧 자신의 일에 대한 결정을 남의 간섭 없이 자신이 내리는 것(what women really want is to be in charge of her own life)”이라고 하였다.

정답을 듣자 모든 사람은 손바닥을 치며 저 말이야말로 진실이고,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고 하며, 아더왕이 이제 죽을 필요가 없음에 기뻐하였다. 아더왕은 이웃나라 왕에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하였고, 이웃나라왕은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며 정답이라며 인정하면서 아더왕의 목숨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목숨을 되찾은 아더왕에게는 근심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거웨인의 혼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거웨인은 대단했다. 늙은 마녀는 결혼하자마자 최악의 매너와 태도로 거웨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을 대했다. 그러나 거웨인은 한 치의 성냄이나 멸시 없이 오직 착하게 자신의 아내로서 마녀를 대했다.

첫날밤이 다가왔다. 거웨인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경험이 될지도 모르는 첫날밤을 앞에 두고 숙연히 침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침실 안의 광경은 거웨인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거웨인의 일생에서 본적 없는 최고의 미녀가 침대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거웨인이 미녀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미녀는 자신이 추한 마녀임에도 거웨인은 항상 진실로 자기를 대했고, 아내로 인정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감사로서, 이제부터 삶의 반은 추한 마녀로, 나머지 반은 이 아름다운 미녀로서 있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녀는 거웨인에게 물었다. “낮에 추한 마녀로 있고, 밤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고, 밤에 추한 마녀로 있는 것이 좋은가?” 거웨인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였다.

거웨인은 이 진퇴양난의 딜레마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 만일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기를 바란다면, 주위사람에게는 부러움을 사겠지만, 밤에 둘만의 시간에 추한 마녀로 변한다면 어찌 살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낮에 추한 마녀로 있어 주위사람의 비웃음을 사겠지만, 밤에 둘만의 시간에 아름다운 미녀로 변해 살 것인가!

거웨인은 “당신이 직접 선택하세요!”라고 말했다. 마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신은, 반은 마녀, 반은 미녀 할 것 없이 항상 아름다운 미녀”로 있겠노라고 했다. 이유는 거웨인이 마녀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할 만큼, 마녀의 삶과 결정권, 그리고 마녀 자체를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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