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살 내 인생 ‘눈이 부시게’ 살 수 있었는데

김덕권 명예회장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해 운영중인 칼럼방 ‘덕화만발’ 회원수가 1000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지난 2013년 5월 25일 회원들과 함께 자축연을 열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참좋은이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결(秘訣)은 무엇일까? 필자는 젊어서 성격이 불같았다. 그야말로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하는 일마다 성공한 일이 없다. 사사건건 부딪치니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때문일 거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에 당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힘으로 다스리기보다는 사랑으로, 정으로 다스리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처럼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에도 부드러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임종을 앞둔 스승이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 위해 제자를 불렀다. 그러고는 제자 앞에서 입을 벌렸다. “내 입 안에 뭐가 보이느냐?” “혀가 보입니다.” “이는 안 보이느냐?” “이가 모두 빠진지 오래되셨는데 무슨 이가 보이겠습니까?” “이는 다 빠지고 혀만 남아 있는 이유를 알겠느냐?”

제자가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다 빠져버린 것이요,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이니라.”

부드러운 게 오래가는 법이다. 무엇이든지 나이 먹으면 딱딱해지게 마련이고, 어린 것은 부드러운 법이다.

우리말에 ‘참사람, 난사람, 든사람’이라는 말이 다. 참사람은 정직한 사람이고, 난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 그리고 든사람은 학식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세상을 좀 살다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참사람, 난사람, 든사람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다. 바로 ‘부드러운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은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생각만 해도 편하고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느끼고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슴이 넉넉한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는 것 같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때 훌륭한 사람은 인격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중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돈 많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 되기가 엄청 어려운 사회다. 판검사나 의사, 정치인을 해야지 훌륭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가 아닌가? 그 어려움을 뚫고 성공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사람은 아마 쥔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쥔 사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쥔 사람은 돈과 권력을 쥔 자를 말한다. 돈이나 권력을 움켜쥐면 못할 일이 없고, 뭇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지금 한참 수사 중인 ‘김학의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인격적으로 덜 되었던, 머리에 든 것이 많건 적건, 이름이 났던 아니던 상관 없다. 그저 돈과 권력만 많으면 되는 것이다. 국회의 장관청문회에 나가서 올바른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쓰레기 더미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보면 “저 양반 참 고지식하게 살았구먼!” “저렇게 살면 처자식 고생밖에 더 시키겠냐?” 딸이 있다면 “너는 아예 저런 사람 근방에도 가지마라!”라고 가르치는 부모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러나 세상사 잘 사는 사람의 비결은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런 사람은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개 그들의 말로(末路)가 시원치 않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도, 그렇게 권력깨나 돈깨나 가진 재벌들도 결국은 그 끝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살아도 한 평생이다. 난사람, 든사람보다는 참사람이 좋고, 그 보다 더 좋은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이며, 마음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없이 살아도 마음 편히 사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사는 사람이다. 재물이 있으면 재물로, 재물이 없으면 튼튼한 몸으로,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으로라도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고 세상을 향해 맑고 밝고 훈훈한 정을 베풀고 사는 사람이 세상사의 비결을 잘 터득한 사람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예전의 나처럼 자기만 알고, 성질만 부리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사람만이 인생의 성공을 거두기 마련이다.

나는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하고 ‘스승님의 8훈’을 받아 실천에 옮기려고 무진 애를 써왔다. 한번 알아보고 인생사 비결로 삼으면 어떨까?

‘스승님 8훈’
1. 말의 억양을 낮추어라.
2. 겸양 이상의 미덕은 없다.
3. 말보다는 행이 앞서라.
4.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풀라.
5. 거짓말 하지 말라.
6. 중죄를 짓지 말라.
7. 공부와 사업에 몰두하여라.
8. 교당과 회상과 일체생령을 위한 대인이 되어라.

조금은 바보 같이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는 인생, 아마 이 여덟 가지 ‘스승님의 8훈’이 바로 세상 살아가는 비결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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