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색잡기’에 이골 났던 내가 ‘금연’에 성공한 비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각국의 보건 당국은 적극적으로 금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16년 11월 미로슬라브 그라포리드자가 2016년 11월 임의로 디자인한 금연 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흡연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중환자들이나 환부(患部)의 끔찍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직설법보다 우회적인 설득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그가 디자인한 금연 캠페인은 담배를 피우면 치아가 빠진다는 사실을 미녀 사진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흡연의 피해를 실감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매년 흡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600만명이 조기 사망하고, 한국에서도 매년 약 6만명이 일찍 죽는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성인남자 흡연율은 2013년 기준 42.1%, 성인여자 흡연율은 6.2%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금연만 잘 해도 수명이 2.4년 연장된다는 보건사회연구원 보고가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호기심에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가 나중에는 하루 거의 세 갑에 이르렀다. 젊어서는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사느라고 담배는 거의 필수였다. 그 후 장년에 와서는 권투(拳鬪) 프로모터를 하느라고 담배의 노예가 되다시피 했다.
권투라는 사업이 선수를 사각의 링에 올려놓고 싸우는 승부의 세계라 순간순간 다가오는 긴장을 담배 없이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나이 45세 때, 친구의 손에 끌려 비로소 ‘일원대도’(一圓大道) 귀의(歸依)했다. 심지어 입교 첫날 성직자인 교무님과의 첫 대면에도 담배를 꼬나물고 연기를 내뿜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원불교도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원불교의 계문(戒文)에 ‘연고 없이 담배를 피우지 말며’ ‘연고 없이 술을 마시지 말며’ ‘잡기를 하지 말며’ 등의 계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성불제중(成佛濟衆)을 서원(誓願)하고 종교에 귀의한 몸이 계율을 어긴다는 일은 보통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어느 날, 교무님에게 담배와 라이터를 내놓고 담배와 주색잡기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35년간 죽기 살기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마침내 담배와 술과 도박에서도 해방되었다. 만약 내가 옛날의 담배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들 아마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성경>과 <불경>에도 금연 계문은 없다. 경전에 금연이 있는 종교는 원불교가 유일하다. ‘연고(緣故) 없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원불교 보통급 십계문 중 열번째 조항이다. 담배와의 전쟁에서 승리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가능하다.
나는 처음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부터 밤마다 온 몸이 뒤틀리고 앓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담배를 들고 와 피우라고 권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견뎌낸 끝에 비로소 그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흡연은 모든 암(癌)의 원인이며, 모든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이다. 흡연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슴통증. 일산화탄소로 산소운반이 효율적이지 못하여 산소와 에너지 공급에 무리가 가게 된다. 가슴이 별다른 이유 없이 뜨끔거리거나 죄어오는 듯한 통증은 말하자면 심장마비와 같은 심장 질환으로 가는 전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면역체계 약화. 신체내의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가장 타격을 받는 부위는 뇌 조직이다. 호르몬의 85%가 뇌에서 생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호르몬 생산과 더불어 면역체계 전반에 악영향이 생기게 된다.
셋째, 목소리 변화. 장기흡연자는 예외 없이 목소리가 탁해진다. 목소리가 갑자기 더 탁해지는 것 같다면 인두(咽頭), 후두(喉頭), 기관지에 형태적인 변성(變聲)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고혈압과 심장질환. 산소 공급과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아 심폐 기능이 약화되고, 고지혈증, 동맥경화, 부정맥 등 각종 심장질환이 나타나기 쉽다.
다섯째, 만성비염, 부비동염. 비염(鼻炎)과 축농증이 다반사로 발생하며, 이는 금연 후 가장 늦게까지 남는 증세다.
여섯째, 코골이와 무호흡증. 흡연자는 기본적으로 만성적인 산소 부족 상태에 있다. 흡연자가 수면을 취하게 되면,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숨을 몰아쉬게 된다. 이때 흡연으로 변성되어 있는 기관지로 인해 코를 골면 기관지 벽의 주름이 잡히고, 그 주름이 떨리기 시작하면 큰소리로 변한다. 또한 산소흡수가 원활치 않고 숨쉬기가 힘들어 수면 무호흡증도 생긴다.
일곱째, 치아 변색. 치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르 성분이 담배를 무는 쪽의 치아뿐 아니라 치아 전체에도 영향을 주어서 누리끼리한 치아를 만든다.
그 외에도 딸꾹질과 만성위염, 스트레스 감수성의 증가, 눈꺼풀 경련, 지방간, 폐암 등의 증상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