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청교도·자본주의윤리·청빈·청렴·청부···실종된 단어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어떤 직업을 갖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직업은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슨 직업을 갖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도 비난을 받기도 한다. 직업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 사람의 직업 가운데 복(福)을 짓는 직업은 그 직업을 가짐으로써 사회에 이익을 미치며 나의 마음도 자연히 선(善)하여지는 직업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직업을 가지는 데도 반드시 가리는 바가 있어야 한다. 현대에 와서 직업 종류도, 그 하는 일도 아주 다양해져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직업은 큰 분류만도 전문가, 단순근로자, 군인, 공무원, 사업가 등에 이르기까지 11종에 무려 12000여개의 직업이 있을 정도다.

어느 직업을 피하면 좋을까? 법으로 금지하거나 사회적으로 해독을 끼치는 것이 분명한 마약이나 살상무기, 인신매매나 성매매, 사기, 도박, 조직폭력 등 겉으로 드러난 파렴치하거나 부정한 직업만 피하면 족한 것일까? 아니면 권력과 부(富) 그리고 명예를 보장받는 고위 공직이나 판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이른바 ‘사(士)’자 달린 직업을 갖는 것만으로 만족할까?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직업이 요구하는 사회적 직분을 태만히 하거나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사사로운 이익만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겉으로 해독이 드러나는 직업보다 더 크고 무거운 해악(害惡)을 끼치게 된다.

그럼 모든 직업 가운데 제일 좋은 직업은 어떤 직업일까? 그것은 아마 일체중생의 마음을 바르게 인도하여, 고해(苦海)에서 낙원(樂園)으로 인도하는 ‘도덕사업’이 최고의 직업일 것이다. 이렇게 직업에는 복을 짓는 직업도 있고, 죄를 짓는 직업도 있다.

그러니까 직업을 가지되 살생하는 직업이나 남의 정신을 마취시키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권리를 남용하여 남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거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직업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미국의 개척사를 보면 18세기 초 두 사람의 젊은이가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영국에서 배를 타고 신대륙인 미국에 내렸다. 그 두 사람은 바로 ‘마르크 슐츠’와 ‘에드워즈 조나단’이었다. 이 두 사람은 똑같이 신천지(新天地)에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그런데 마르크 슐츠라는 사람은 “내가 이곳에서 큰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서 내 자손에게는 가난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도록 돈을 벌어야 하겠다” 생각하고 뉴욕에 술집을 차려서 열심히 일했다. 결국 그의 소원대로 엄청난 돈을 벌어서 당대에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 반면에 조나단 에드워즈라는 사람은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왔으니 바른 신앙생활을 통하여 신앙의 자유가 있는 이곳에서 바른 신앙생활을 해야 되겠다” 생각하고 신학교에 들어가서 성직자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150년이 지나 5대 자손들이 태어난 후 뉴욕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컴퓨터로 이 두 사람의 자손들을 추적해 과연 어떻게 되었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돈을 벌어서 많은 재산을 벌어 자손들이 잘 살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마르크 슐츠’의 자손은 5대를 내려가면서 1062명의 자손을 두었다. 그런데 그 자손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교도소에서 5년 이상 형을 살은 자손이 96명, 창녀가 된 자손이 65명, 정신이상, 알코올 중독자만 58명,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문맹자가 460명, 정부의 보조를 받아서 살아가는 극빈자가 286명이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산을 축낸 돈이 1억5천만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1800억원의 돈이다. 이런 반면에 신앙을 소중히 여기고 신앙을 찾아 미국에 왔던 ‘에드워드 조나단’은 유명한 프린스턴대학을 당대에 설립하고, 5대를 내려가면서 1394명의 자손을 퍼뜨렸다.

자손들 중에 성직자만도 116명이 나왔고, 예일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수, 교사 86명, 군인이 76명, 나라의 고급관리가 80명, 문학가가 75명, 실업가가 73명, 발명가가 21명, 부통령이 한 사람, 상·하의원, 주지사가 나왔고, 장로, 집사가 286명, 도합 816명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가문이 나라에 낸 세금과 지도자로서 미국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정부 재산을 전혀 축내지 않았다. 그럼 이 연구의 결과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의 위대한 유산은 재물이 아니고, 단연 ‘도덕사업’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액의 재물이나 유산을 남겨주려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산이 내 자손들에게 복된 유산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해독을 끼칠 유산인지 깊이 고민을 해보고서 전해줘야 된다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열심히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그것을 자손들에게 남겨 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이 유산이 자식들을 망하게 하고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된다. 그러기에 재물의 유산보다 더 중요하게 물려줘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믿음’과 ‘사랑’을 유산으로 남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