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 1년 노트르담성당과 ‘꼽추’의 애절한 사랑

노트르담의 꼽추 영화 이미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4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보수공사 중이던 첨탑(尖塔)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첨탑과 그 주변의 지붕이 붕괴되었다. 화재는 약 10시간 만인 오전 4시 경 진압되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 기금 모금 캠페인을 벌려 자금을 모아 대성당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 독일의 쾰른대성당, 이탈리아 밀라노대성당은 중세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3대 성당이다. 노트르담대성당은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이다. 파리교구장인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주교좌성당이다.

유네스코는 1991년 노트르담 대성당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루 평균 3만명, 매년 1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1년전 화재 당시 노트르담 성당

불타는 대성당을 바라보면서 뮤지컬 <노트르담 파리>(Notre Dame de Paris)의 오프닝 곡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와 안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가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1831)이 원작인, 프랑스 뮤지컬이다. 1998년 초연된 이 뮤지컬은 이탈리아 음악가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작곡을, 캐나다 퀘벡 출신인 뤽 플라몽동이 극본과 가사를 담당했다.

15세기 파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삼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 집시 여인을 향한 성당 종지기의 순수한 사랑뿐만 아니라 성직자의 세속적인 욕망과 파멸 등, 당대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안소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 주연의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로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요 등장인물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 콰지모도, 노트르담 대성당 부주교 프롤로, 파리 근위대장 페뷔스 등이다. 세 남자 모두 에스메랄다의 매력에 빠져든다. 종지기 콰지모도는 추한 얼굴을 지닌 꼽추이지만, 맑은 영혼만큼이나 에스메랄다를 순수하게 사랑한다.

부주교 프롤로는 성직자임을 망각하고 에스메랄다에게 연정(戀情)을 품었고, 근위대장 페뷔스는 에스메랄다를 만나면서 약혼녀를 버린 인물. 에스메랄다는 이들 중 페뷔스와 사랑에 빠진다. 프롤로는 이를 질투해 페뷔스를 죽이고, 에스메랄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에스메랄다는 결국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종탑에서 처형 장면을 지켜보던 프롤로 역시 콰지모도에게 떠밀려 추락하며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이후 콰지모도가 숨진 에스메랄다를 품에 안고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란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는 가운데,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소설에선 콰지모도가 종적을 감춘 몇 년 후 한 지하실에서 꼭 껴안은 남녀의 백골이 발견되는데, 다름 아닌 에스메랄다와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던 콰지모도의 유골이었다고 쓰여 있다.

뮤지컬의 오프닝 곡으로 유명한 ‘대성당들의 시대’의 가사를 한번 음미해 본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우리는 무명의 예술가. 제각각의 작품으로
훗날의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돌 위엔 돌들이 쌓이고 하루 또 백년이 흐르고
사랑으로 세운 탑들은 더 높아져만 가는데
시인들도 노래했지. 수많은 사랑의 노래를.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을 약속하는 노래를.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성문 앞을 메운 이교도들의 무리.
그들을 성 안으로 들게 하라.

세상의 끝은 이미 예정되어 있지.
그건 이천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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