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유천과 ‘공수처법 대치’ 국회, 뭐가 다른가?

이 모습 벌써 잊었나? 그 모습 다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득어망전···“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는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장자>(莊子) ‘외물편’(外物篇)에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면 이를 이루기 위하여 했던 일들을 잊어버림을 이르는 말이다.

망전(忘筌), 망제(忘蹄), 망언(忘言)은 모두 시비와 선악을 초월한 절대 경지를 말한다. 이와 같이, ‘득어망전’은 뜻한 바를 이룬 후에는 그 수단이나 과정에 대하여는 애착을 갖지 말라는 의미다. <사유경>(蛇喩經)에는 이런 재미있는 비유가 나온다.

부처님이 비구(比丘)들에게 집착을 버리라고 하면서 설법을 하신다. 어떤 나그네가 “평화의 땅(彼岸)으로 가는데 뗏목으로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무사히 건넌 뒤 뗏목으로 큰 덕을 보았으니 메고 갈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건너게 두고 갈까요?” “이럴 때는 두고 가도 할 일을 다 한 것이며, 궁극에는 교법마저 잊는 경지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친다.

가수 박유천

일을 성취했으면 수단과 과정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을 버리라는 말씀이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필요 없다. 본질을 얻었는데 껍데기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본질은 잃어버린 채 말단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돈이나 권력, 명예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수단인 돈과 권력, 명예에 집착하여 진정한 행복은 영원히 못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4월 26일,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박정제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 우려가 있어 구속사유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박씨의 체모(體毛)에서 나왔다. 경찰이 박씨의 다리털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박유천씨는 지난 17일과 18일, 22일 3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0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을 하지 않았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은 흔히 시간(時間)과 공간(空間),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知識)의 집착(執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자신이 사는 ‘우물 안’이라는 공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넓디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없다. 여름에만 사는 매미는 ‘여름철’이라는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의 차디찬 눈밭을 알지 못한다.

잘난 척하는 지식인은 자신의 지식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진리에 대해서 깨닫기가 쉽지 않다. 내가 있는 공간, 내가 느끼는 나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버릴 때 진정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또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聖君) 요(堯) 임금이 허유(許由)라는 은자(隱者)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허유는 사양했다. “뱁새는 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허유는 이 말을 남기고 기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 임금이 기산을 찾아가 그럼 구주 땅이라도 맡아달라고 청했지만 허유는 단호히 거절한다. 요 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긴 그는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던 소부(巢夫)가 허유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왜 그리 귀를 씻고 계시오?” 허유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소부가 껄껄 웃는다.

“그건 당신이 지혜로운 은자(隱者)라는 소문을 은근히 퍼뜨린 탓이 아니오?” 소부가 물을 따라 올라가자 허유가 묻는다. “어디를 가시오?” “당신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순 없지 않소.”

쓰임이 다한 것을 데리고 다니면 몸도 마음도 무겁다. 베푼 은혜를 품고 다니면 서운함이 마음을 짓누르고, 뱉은 말을 담고 다니면 늘 남의 행동거지를 살피게 된다.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말을 잊는다는 건 뭔가에 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뱁새는 나뭇가지에 매이지 않기에 자유롭고, 두더지는 강물에 매이지 않기에 족하다. 취하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건 반쪽짜리 지혜다.

가수 박유천씨나 지금 국회에서 싸우는 ‘공수처법’ 혈투나 다 ‘득어망전’을 하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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