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출애굽기 39장
“순금으로 방울을 만들어 그 옷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석류 사이사이에 달되”(출 39:25)
방울이 달렸다는 것, 아마 제사장 의복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에봇은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는 옷이었습니다.
옷이란 본래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눈으로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의 옷은 소리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사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내내 방울 소리가 났습니다.
이 방울 소리는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가서 직무를 수행할 때, 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생존 확인을 위한 용도만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성소에 들어가는 대제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평범한 제사장들도 모두 방울 달린 옷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소리는 남이 듣기 전에, 옷을 입은 본인에게 가장 선명하게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제사장은 옷에서 나는 소리 덕분에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방울 소리를 들으며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성막은 완벽한 차광 공간이었습니다. 외부의 그 어떤 빛도 들어올 수 없고, 내부의 빛도 바깥으로 새어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차음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차광 공사보다 방음 공사가 훨씬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빛을 차단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소리를 완전히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막이라고 생각해 볼 때, 이것은 꽤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유비입니다. 내 마음속은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마치 지성소처럼 말입니다. 사람의 내면은 완벽하게 차광된 공간입니다. 그러나 방음 시공이 되어 있지 않아서 소리가 새어 나가곤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제사장입니다(벧전 2:9).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움직일 때마다 무슨 소리가 날 것입니다. 내면을 아무리 가리고 가려도 새어 나가는 소리는 감출 수 없습니다. 나는 어떤 소리가 나는 사람일까요?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입어야 할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