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을 벗을 줄 알다

출애굽기 29장

“의복을 가져다가 아론에게 속옷과 에봇 받침 겉옷과 에봇을 입히고 흉패를 달고 에봇에 정교하게 짠 띠를 띠게 하고”(출 29:5)

출애굽기의 주제가 출애굽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성막이기도 합니다. 성막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출애굽기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고 있습니다. 광야는 성막을 세우기 위해 나온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애굽기는 이 성막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로 가득합니다.

출애굽기를 읽을 때 우리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도 않는데 거기에다 숫자는 왜 그렇게 많은지, 온통 사이즈 투성이입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몇 규빗, 몇 규빗’을 읽어가다 보면 머리속이 아득해집니다.

그런데 사이즈가 등장하지 않는 부분이 딱 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사장의 의복에 대한 설명입니다. 성막의 사이즈에 진심이셨던 하나님이 유독 제사장의 의복을 만드는 일에 관해서는 사이즈를 일절 언급하지 않으십니다. 프리 사이즈였던 것일까요?

성막은 하나님이 정하신 사이즈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의 옷은 제사장의 몸에 맞추어 만들어졌습니다. Small, Medium, Large, X Large 정도 만들어놓고 대강 맞추어 입으라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철저하게 제사장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것이 제사장 의복입니다.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섬기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일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을 살면서,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사이즈 비교할 것 없습니다. 그에게 맞는 옷이 있고, 나에게 맞는 옷이 있습니다. 그가 입은 옷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내가 입은 옷을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에 사울의 갑옷을 입어보고는 그 즉시로 벗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값진 명품 갑옷을 고사한 것입니다. 그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벗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평소 익숙했던 옷차림으로 골리앗 앞에 섭니다.

내 속사람의 생김새대로, 믿음의 분량대로 주시는 옷이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의 피팅룸에서 하나님이 입혀주시는 데일리룩이 있습니다. 거룩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대제사장의 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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