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깨닫다

레위기 4장

사람이 자기 잘못을 스스로 깨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아는 지식,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습득하기 어려운 지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잘못을 따지고 밝히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고, 내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고 시인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레위기는 속죄에 관한 제사 규례를 다루면서 ‘부지 중에 범한 죄’를 반복적으로 언급합니다. 죄를 지었지만 그것을 죄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죄를 지은 이유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죄인 줄 모르고 죄를 짓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기 죄를 깨닫고 나면 대체로 다시 죄를 짓지 않습니다. 안 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죄를 짓는 이유가 지독하게도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회로가 너무 잘 확립되어 있어서 웬만해서는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죄를 깨달을 수 있을까요?

“만일 평민의 한 사람이 여호와의 계명 중 하나라도 부지중에 범하여 허물이 있었는데 그가 범한 죄를 누가 그에게 깨우쳐 주면”(레 4:27-28)

타인의 지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적하는 사람도 자기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있는 티나 트집잡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자기 밖에 모르는 상대방의 이기적 태도 덕분에 나도 나 밖에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자기중심성이 나의 자기중심성에 균열을 냅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각자의 이기적인 태도가 서로 부딪치며 나의 약함과 악함이 노출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본색이 드러나는 공간이 공동체입니다. 그러면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한 나를 하나님 앞에까지 가지고 가게 됩니다.

레위기

레위기에 의하면 죄를 깨달은 다음 속죄제를 드리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무슨 죄를 범했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는 용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따라서 나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용서 받을 죄 리스트를 나 대신 작성해주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은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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