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레위기’ 시대 악성피부병 확진 절차가 주는 메시지

레위기 13장

“이레 만에 제사장이 그를 진찰할지니 그가 보기에 그 환부가 변하지 아니하고 병색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제사장이 그를 또 이레 동안을 가두어둘 것이며”(레 13:5)

레위기 13, 14장에는 나병 환자에 대한 정결 규례가 나옵니다. 개역개정 성경의 ‘나병’은 적절하지 않은 번역입니다. ‘악성 피부질환’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현대 의학적인 병명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본문의 내용상 확실하게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이 질환이 강력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확진자를 공동체로부터 철저하게 격리시켰습니다.

지난 COVID-19 사태로부터 전염병의 무서움을 실감했습니다. 그나마 발달된 의료기술 덕에 3년 만에 사태가 종식되었지만, 의료 기술이 미비하던 고대에 전염병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전염병 때문에 민족 전체가 궤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확진해서 어떻게든 전염을 막아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급한 판단으로 인한 오진을 각오하고서라도 공동체 전체가 입을 막대한 피해를 막는 편이 일반적인 결정입니다. 그런데 민족 전체가 몰살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비하면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제사장의 진단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길게는 14일 이상이 걸렸습니다.

레위기에 나오는 이 감염병은 죄의 속성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어영부영 하다보면 삽시간에 공동체 전체가 물들고 마는 것이 죄의 특징입니다. 죄는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죄를 진단하고 치리하는 절차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죄와 판단이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머리가 달려 있는 한 끊임 없이 판단할 것입니다.

레위기의 악성 피부병 확진 절차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제사장이 한 사람을 확진하기까지 유보할 수 있는 최대의 기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나의 초기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죄와 판단은 나쁜 것입니다. 그러나 치리 기능이 마비된 공동체 또한 위험합니다. 레위기의 규례는 한 개인에 대한 공동체적 치리의 절차와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레위기의 악성 피부병 확진 절차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제사장이 한 사람을 확진하기까지 유보할 수 있는 최대의 기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나의 초기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본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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