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일부러 손해보는 언약
출애굽기 34장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음이니라”(출 34:27)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약속이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의 일상 전체가 약속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간단한 인터넷 서비스 하나에 가입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약속에 동의해야 합니다. 다만 읽어보지 않아서 모를 뿐입니다.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하는 계약 조건이 있는가 하면 무의식적으로 지키고 있는 사회적 합의도 있습니다. 근로계약으로부터 교통법규까지,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부터 국가간의 협정이나 조약까지 현대사회에서 약속이란 거의 공기와 같은 것입니다.
계약이란 손해보지 않으려는 양측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국가든 개인이든 기업이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을 맺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변호사를 고용해서라도 불리한 조항들을 예리하게 골라내기도 합니다.
하나님도 인간과 계약을 체결하는 분이십니다. 성경은 그것을 언약(Covenant)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과 언약을 맺어서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약속을 한다는 것은 양측이 서로에게 얽매인다는 의미입니다. 한번 계약을 하고 나면 이후의 모든 결정과 선택은 서로의 존재에 의해 제약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계약에 참여한 양측에게는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생기고 약속을 어기는 쪽은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홀로 영원하셔도 아쉬울 것 하나 없는 하나님께서 인간과 언약을 맺으십니다. 하나님에게 책임과 의무가 생기고, 하나님도 이 언약에 얽매이게 되셨다는 것입니다. 무한히 자유로운 존재가 유한한 인간을 위해 부자유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경외하거나 안식일에 일을 중단하고 쉬면 하나님이 인센티브를 받으시는 것일까요? 또한 부모를 공경하라는 조항은 왜 넣으셨을까요? 인간이 거짓말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남의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하나님이 얻는 유익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 되셔서 하나님이 얻는 유익이란 사실상 없습니다. 인간과 언약을 체결한 것 자체가 하나님에게는 손해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부러 손해보는 결정,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인간과 맺은 언약의 본질입니다. 모든 언약은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라고 주신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