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질병분류 ‘게임중독’ 끊는 가장 좋은 방법 ‘일단멈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필자는 젊어서 한때 주색잡기에 빠져 산 일이 있다. 거의 중독(中毒)수준이었다. 인간은 끼리끼리 모이는 것 같다. 유유상종이다. 저녁이면 으레 악동들이 모여 한잔 하고 놀음으로 들어간다. 그 생활을 매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 것이다.

중독은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을 일으키는 약품에는 알코올·담배·마취제·다량의 진정제·마약·게임 등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게임중독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25일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을 194개국 대표들의 반대 없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2014년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5년만이라고 한다. 이에 한국의 게임 관련 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는 5월25일 반대성명서를 내고 난리법석이다.

이들은 “연간 13조원의 게임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학계에서는 아직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WHO의 질병코드 지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리얼미터가 지난 5월 1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을 대상으로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 데 찬성이 45.1%, 반대가 36.1%로 나타났다. 중립은 18.8%였다.

보건복지부는 5월 26일, 오는 6월 중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게임업계·보건의료계·법조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게임중독질병규정 국내도입’ 등에 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27일 복지부가 꾸리는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게임 과이용(過利用)에 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없고, 게임 과몰입(過沒入)의 주된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심리적 환경”이라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WHO에 추가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WHO의 질병분류를 반대하는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도 꾸려졌다. 공대위는 이번 WHO의 결정이 우리나라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당장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자는 것이 아니라 2022년 정식 발효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와 게임업계의 반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WHO는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WHO는 다른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일상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게임을 계속하는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규제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손실 금액이 2025년 최대 5조20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업계 매출은 연 13~14조원 규모다.

문제는 게임의 중독성 여부는 WHO에서 정의한 대로 게임을 마음대로 멈출 수 없다는데 있다. 게임을 하다가 언제라도 멈출 수 있다면 중독이 아니고, 멈출 수 없다면 그것은 중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게임중독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일단 멈춤’의 공부가 특효약이 아닐까 한다.

멈춤 공부의 최고봉은 ‘정신수양법’이다. 이에 대해 원불교의 대산(大山) 여래께서는 ‘적공편’(積功編)에서 “늘 멈추고 멈추어 정력을 쌓는 것이요, 가라앉히고 가라앉혀 안정력을 얻는 것이요, 닦고 닦아 청정심을 기르는 것으로 수양력을 얻는 것이다”라고 했다.

공자는 <대학>(大學)에서 “지지이후 유정(知止而后有定, 멈춤 뒤에 정함),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정함 뒤에 고요, 고요 뒤에 안락),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안락한 뒤에 사려, 사려 뒤에 얻음)이라고 말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일단멈춤’인 것이다. 한자로 보면 바를 정(正)은 한 일(一)에 그칠 지(止)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즉 한번 멈추는 것이 바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멈춤이라는 의미다.

필자는 이렇게 한번 멈추어 주색잡기의 중독에서 벗어나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 원기(圓紀) 69년(1984) 2월 9일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한 그날부터 담배, 술, 도박과 잡기를 일도양단(一刀兩斷)한 끝에 이루어 낸 인생 최고의 쾌거(快擧)였다.

이와 같이 마약이나 다름없는 ‘주색잡기’ 중독에서도 한번 멈추어 해방되는데, 그깟 ‘게임중독’쯤이야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단연코 끊을 수 있다. 정신수양(精神修養)·사리연구(事理硏究)·작업취사(作業取捨), 이 삼학(三學) 수행을 통하여 삼대력(三大力)의 열쇠를 얻으면, 우리는 게임중독은 물론 인생의 고해(苦海)로부터 벗어나 피안(彼岸)의 저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다, 참고 또 참으며 일단 멈추고 또 멈추면, 영단(靈丹)이 모이고, 심력(心力)이 쌓여 마침내 모든 일에 자재(自在)함을 얻는 대인(大人)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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