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아의 핀란드 통신] 한국 vs 핀란드 디지털 교육 차이점 2가지

핀란드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아시아엔=박채아 핀란드 오울루대학교 석사과정] 미국의 교육 전문가인 마크 프렌스키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과 디지털 이주민 (digital immigrant)라는 개념으로 동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과 기성 세대 간의 대조적인 삶의 방식을 묘사했다.

프렌스키가 말하는 디지털 원주민은 태어날 때부터 미디어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성장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이다. 이들에게는 펜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익숙하고, 종이책보다는 모니터와 스마트폰이 편하다. 지구촌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고 인스턴트 메시지로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소통한다. 중요한 일은 면대면 미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편하고, 종이에 밑줄을 긋고 책을 읽으며 공부하던 기성세대와는 과업 처리와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한국과 핀란드의 디지털 교육

이런 디지털 원주민을 교육하는 관점에서 한국은 아직 소극적으로 느껴진다. 어른들은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게임중독 혹은 학교성적 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몇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 때 학생들의 핸드폰 및 태블릿PC를 모두 수거하고 하교시간에 다시 되돌려 주면서 핸드폰 사용을 규제한다. 어떤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며 핸드폰 사용을 통제하기도 한다.

반면 이곳 먼 북유럽 땅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하여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방영하기 시작한 <수업을 바꿔라> 첫 회의 한 장면은 핀란드 학생들이 언어 과목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것이었다. 핀란드는 학교와 교사의 자치권이 높아 학교와 교사에 따라 디지털 기기 활용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낯설지 않다.

핀란드 교육당국의 디지털교육 지원

핀란드에서 이러한 디지털 기기 친화적 학습이 가능한 이유를 거시적으로 접근해 보면 첫째는 핀란드 교육당국의 하드웨어 인프라 지원에 있다. 핀란드 교육당국은 지난 5-6년 사이 전국 학교에 아이패드와 태블릿 PC를 보급하였다. 지난 학기에 방문한 라야뀔라초등학교는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한 학급 학생이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아이패드가 구비돼 있었다. 필자는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등을 강조하는 핀란드 교육은 디지털 기기 보급에서도 지켜볼 수 있었다.

두번째, ICT 교육에 대한 가이드가 국가교육 커리큘럼에 반영되어 있다. 2016년 개정된 핀란드 초등교육 국가핵심 커리큘럼에는 ICT 역량을 기르는 것이 교육목표 중 하나라고 명시되어 있다. 핀란드 교육당국은 ICT를 의사 표현과 문제해결의 필수적 수단으로 보고, 모든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도한다. 뿐만 아니라 ICT의 중요성, 잠재성, 위험성을 익혀서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게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의 교육 및 학교의 역할

교육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며,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핀란드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스마트 기기 활용 수업 자체가 아니다. 국가가 빈부격차와 상관 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제한이나 규제보다 가르침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육성하는 교육방향이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인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우리가 숨쉬는 데 꼭 필요하지만 당연해서 인지하지 않고 있는 공기와 같다. 이는 아이들의 미래에 정보 획득과 의사소통의 필수수단이자 경제적 생산수단이 될 것이다. 수단과 도구는 언제나 양날의 칼과 같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근심이나 걱정으로 이를 배제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끌어안고 가르치는 이들의 대범한 지혜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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