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자제력 있는 사람 과도한 처벌하면 못써”
6월15일 <스트레이트타임즈>:?“자제력 있는 사람 과도한 처벌하면 못써”
싱가포르 법원, 내국인 도박장 이용한도 초과자 처벌 수위 낮춰
내국인 카지노이용 한도를 규정한 싱가포르 카지노 관계법령을 어기고 한도를 넘어 카지노를 이용하다가 적발돼 감옥에 가게 된 한 시민이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해 벌금형으로 경감된 사례가 15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즈>에 머리기사로 보도됐다.
추 차오(Xu Xao)씨는 지난해 9월 부인과 함께 월드 센토사섬 소재 리조트에 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입장료 100싱가포르 달러를 내고 입장했다. 자신의 내국인 카지노 이용한도만큼 카지노를 즐기고 나오던 중 부인이 잠시 화장실을 가면서 자신의 ‘(입장객별 한도를 자동으로 제한하기 위해 사용되는)개인 카드’를 그에게 맡겼다. 순간 그는 부인 카드를 이용해 카지노를 더 즐기려는 유혹에 빠졌다.
추 차오씨가 부인의 카드를 들고 카지노에 입장하려는 순간 보안요원들에게 발각, 경찰에 넘겨졌고, 그는 결국 지방법원에서 구류와 함께 벌금 800싱가포르 달러에 처해졌다.
추차오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너무하다 싶어 변호사를 통해 항소했다.
변호인 앤써니 림은 2011년 내국인 카지노 이용 관련 5가지 판례를 근거로 “벌금형이면 족하지 구금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했다. 또 추차오가 자신의 20살짜리 아들이 게임중독에 빠질 것을 우려, ‘자기퇴출프로그램(Self-Exclusion Programs)’을 신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임을 증거로 제시했다.
‘자기퇴출프로그램’은 도박이나 게임 사업자가 고객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사전에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도박(게임)의 종류, 특성, 효과적인 도박(게임) 중단 방법 등을 정해서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찬섹컹(Chan Sek Keong) 법관은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추차오의 양형을 낮췄다. 추차오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퇴출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정도의 상식을 갖췄다는 판단에서였다.
법관은 “추차오는 원칙을 어겼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분명 부당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법관은 그러나 “개인 또는 가족 구성원에 의해 수용되는 (도박 등의) 퇴출규정은 싱가포르 도박규제국(Casino Regulatory Authority of Singapore)나 경찰위원회(Commissioner of Police)와 같은 제3자에 의해 부과되는 것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또 “도박규제법은 범법을 막기 위한 수단 자체이지, ‘자기퇴출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흥분하기 쉬운 사람들에게 과도한 사법적 처벌을 내리는 것은 ‘자기퇴출규정’을 약화시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차오는 <스트레이트타임즈>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도박장에서 최고 8만 싱가포르달러를 잃는 등 한 번도 딴 적이 없어서 아들에게도 항상 ‘자기퇴출’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그날도 돈을 더 잃기 싫어서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