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단추공장에서 인문학 요람 ‘건명원’ 우뚝서다
두양문화재단 오정택 회장 지원
2평 공간에서 단추 생산으로 시작해 30여년 모은 수백억대 재산이 인문학 엘리트 양성 종잣돈이 됐다. 두양문화재단 오정택 회장은 자신의 가회동 한옥은 배움터로, 우리나라 인문·과학·예술 분야 최고 전문가들은 강사로 모셔 ‘건명원’(建明園)을 설립했다. 지난 1일 창립포럼을 한 건명원은 올해 안에 공모를 거쳐 15~30살 청년 30여명을 선발해 내년 3월부터 40주간 라틴어·희랍어 고전 강독, 현대물리학, IT 분야 등 최고 수준의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첫해 강의를 맡은 이들은 배철현(서울대 종교학과),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김성도(고려대 언어학과), 김개천(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김대식(카이스트 전자및전기공학과), 정하웅(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등 인문학, 자연과학계 권위자들이다. 이들 강사진은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으며 학문간 소통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이라는 뜻의 ‘건명원’은 한국 최고의 노자 전문가인 최진석 교수가 작명했다.
배철현 교수는 “한국에도 주커 버거 같은 도전적인 젊은이를 양성하는 것이 건명원의 꿈이자 목표”라며 “매주 토요일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와 특강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교수는 “200년 세계사를 보면 선진국은 계속 선진국에, 후진국은 계속 후진국에 머무는데, 선진국으로 올라설 철학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건명원’은 두양문화재단 오정택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다. 가회동 한옥을 배움터로 내놓은 오 회장은 “30년간 상인으로 살아온 제가 인문학을 접하면서 ‘유인원’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생각하는 인간)’가 됐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가진 것을 기꺼이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