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역대 최고흥행 한국 프로야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것 배웠으면…”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에 출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이 2024년 3월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역대 최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럴 때 우리 모두 이기적인 생각들을 버리고 한국프로야구의 먼 미래를 위해 다함께 달려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100년이 훨씬 넘도록 야구를 하려면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나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까지 앞으로 자라나는 어린선수들을 위해 헌신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것만 고집하고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이기적인 생각이나 플레이는 메이저리그처럼 지속으로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우리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 선수들만큼 체력이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물론 아직 가야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짧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구단이나 현장 그리고 팬들, 그리고 언론까지 급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삼성라이온즈에서 40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미국으로 갔다.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까지 거의 10년 동안 이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 메이저리그에서 현장을 이끌어 가는 프런트들의 시스템은 생각처럼 많이 보거나 배우지는 못했다. 그나마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장과 프런트 하고 자주 만날 기회가 있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의 홍보팀장인 밥 백틀이란 친구한테 구단 운영은 어떻게 하고 또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끌어 가는지 배울 기회를 갖었다.

마이너리그 선수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일단 야구할 동안은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야구에 방해 되는 일들은 일체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야구가 끝날 때까지 야구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이런 생활이 몸에 배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거의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프로선수들 할 것 없이 야구가 끝날 때까지 모든 선수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어린시절부터 몸에 밴 루틴에서 벗어나지 않고 운동한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문화다. 그들의 문화와 동양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인 충돌로 인해 유능하고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조기에 유니폼을 벗는 일이 많다. 메이저리그는 한시즌 162게임을 소화하기 위해 사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자제하고 또 자제하며 자신의 체력관리를 한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문화는 일단 친구와 지인 그리고 화려한 밤 문화는 젊은 선수들이나 야구를 좀 한다는 정상급 선수들까지 자제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시즌 동안 오로지 야구 외적인 것을 금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힘들다는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어린시절부터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자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한시즌 144게임은 얼마든지 소화하고도 남는다. ‘체력이 되지 않는다.’ ‘너무 힘들다.’ ‘선수들이 다 지쳐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다.’와 같은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한다.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묻고 싶다. “너희들은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 아닌가?” 

프로선수라면 한시즌 그리고 야구를 그만 둘 때까지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젊은 시절에 하고싶은 것 다하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 하는 것은 프로라고 말할 수 없다. 프로라면 유니폼 벗을 때까지 모든 사생활을 자제해야 한다. 놀고 싶은것 다 놀고, 즐기고 싶은 것 다 즐기고, 휴식하고 싶은 것 다 휴식하면서 어떻게 프로야구 선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젊은 선수들은 내가 야구가 좋아서 하는지? 아니면 은퇴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야구를 하는지 한번 냉정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한다. 과연 야구가 좋아서 평생 야구한다면 지금 같이 안일하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프로야구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 모두가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그만 둘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이동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다. 거기다가 이들은 시차까지 적응해야 한다. 동부에서 서부로 경기하러 가면 시차가 무려 3-4시간 난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뼈속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가 오면 경기를 취소할 때가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도 경기를 미리 중단하는 일은 없다. 몇시간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느 때는 밤 10시 넘어서 경기할 때도 있다. 경기가 다 끝나면 어느 때는 새벽 1시가 될 때도 있다. 거기다가 연장전까지 가는 날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밤 10시가 되든 밤 11시가 되던 밤 12시가 되던 이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한다.

기다리는 것이 어린시절부터 익숙해져 있어 끝까지 기다린다. 그라운드 키퍼의 정확한 일기예보로 인해 경기를 중간에 중단시키고 방수망을 그라운드에 깔 것인지 말 것인지 모든 권한을 그라운드 키퍼가 갖고 있다. 물론 그전에 미리 주심하고 조율한다.

새벽 1시에 경기 마치고 다음날 낮경기라도 있으면 몇시간 자지 못하더라도 일단 그라운드에 나와 최선 다해 웃으면서 경기를 즐긴다. 이게 프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불평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철저하게 이런 교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때문에 야구 외적인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은 지금 무더운 여름이다. 기량이나 실력보다는 체력 싸움이다. 어느 선수가, 어느 팀이 좋은 체력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릴 것인지 결판 날 것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평준화되어 꼴찌 팀이 일등 팀을 얼마든지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한다.

꼴찌 팀과 1위 팀의 경기차가 14게임 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다. 나 또한 프로야구생활 16년 동안 했지만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거기다가 올해 유난히 20~30대 여성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야구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프로선수답게 최고의 기량을 야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보여주며 자기관리에서도 프로선수다운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프로야구 지도자와 프런트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들 관리와 선수단 운영에 최선을 다해 줄 때 역대 최고의 관중율을 기록하는 지금의 야구팬들에게 지속가능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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