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베트남 다낭 ‘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봉사 한국 심판진

베트남 다낭에서 2024년 7월 27~29일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야구대회 자원봉사 심판진과 이만수 감독


“한국 심판들 초청해 심판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싶다”

스포츠에서 ‘심판’이란 ‘경기 규칙의 준수 여부나 승패를 판정하는 사람’이다. 종목에 따라 Referee, Umpire, Judge로 세분화될 수 있다. Referee는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며 판정을 내리고 경기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는 축구, 농구, 하키, 권투 같은 종목의 심판을 이르는 호칭이다. Umpire는 정해진 자리에서 판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 심판을 일컫는다. 야구가 대표적이며, 배구, 테니스, 탁구 등의 종목이 있다.

이번 ‘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야구대회’를 위해 올해도 한국에서 심판 10명이 자비량으로 베트남 다낭으로 들어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고 아무리 화려한 경기를 하더라도 야구 경기에서 심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고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대회 첫날 심판복을 갖춰 입은 한국 심판들의 위엄있는 등장에 협회 관계자와 선수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뭔가 경이로운 장면을 보았을 때의 반응이다. 나 또한 감동적이면서도 대단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베트남 다낭은 우리나라 부산 같은 도시다. 물론 베트남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다낭이라는 도시는 부산처럼 바닷가로 둘러 쌓여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도시다. 이번 대회에서도 베트남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관광온 사람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몇분이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첫날부터 시작된 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첫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순간, 경기장은 다시 한번 대회 관계자들과 관중들의 감탄 소리가 들렸다.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절도 있는 목소리와 동작에 모두가 집중하게 된다. 야구의 매력을 느끼는 또 하나의 묘미가 베트남 다낭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실 이틀 동안 벅찬 스케줄을 따라간다고 모두가 고생 많았다. 다행히 어제(28일)는 간간히 내리는 비로 인해 심판진들이 더위를 덜 먹은 편이다. 첫날(27일)처럼 강한 햇볕이 계속 내리 쬐었다면 아마 심판 몇명은 도중에 쓰러졌을 것 같다. 빡빡한 스케줄을 이틀 동안 다 소화한 심판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오늘이 파이널 경기가 있는 날이다. 이번 다낭에서 있었던 대한민국 대사배에 참가했던 조경원 단장을 중심으로 최홍준 부장 그리고 조성제 심판, 이정수 심판, 장명인 심판, 방병수 심판, 김종구 심판, 신현민 심판, 박상호 심판, 이인호 심판 등이 3박4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29일)까지 최선을 다해 멋지게 경기를 잘 마무리 할 것이라 믿는다.

조경원 단장이 이번 대회를 통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한 것은 베트남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게임 룰과 게임에 대한 정확한 규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첫째로 생각했던 것이 적중했다. 많은 선수나 지도자들이 야구의 룰을 제대로 알지 못해 경기 도중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이틀 동안 많이 보았다.

조경원 단장의 올바른 선택으로 인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장면이 투수 보크(pitcher balk)였다. 신현민 심판이 경기 도중 한번에 연속으로 3번 피처 보크를 시켰더니 투수가 당황해서 볼을 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도 잘 모르고 선수도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이렇게 연속으로 3번 피처 보크를 시켰더니 거짓말처럼 다음부터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정확하게 던지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스리피트라인(three feet line)이다. 홈 플레이트와 1루 사이 베이스라인 3피트 바깥쪽에 그어진 흰색 선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기에서 유난히 번트를 대고 스리피트라인 쪽으로 뛰지 않고 안쪽으로 뛰는 바람에 방병수 심판이 두번이나 타자 주자를 아웃 시킨 일이 있었다. 타자 주자인 선수가 이해를 하지 못해 두번이나 경기를 중단시켜서 방병수 심판이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설명했다.

정말 신기하게 이 일이 있고부터 타자 주자들이 홈 플레이트와 1루 사이 베이스라인 3피트 바깥쪽에 그어진 흰색 선으로 뛰는 것이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3번이나 피처 보크를 당한 선수가 신현민 심판의 자세한 설명으로 인해 다시는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셋 포지션(Set Position)에서 곧바로 던지지 않고 한번 쉬었다가 던지는 모습을 보며 젊은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습득력이 얼마나 빠른지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베트남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대한민국 심판들의 뛰어난 역할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보다 베트남야구협회 관계자들이 매 경기마다 유심히 보고 있어 헐크파운데이션 최홍준 부장한테 몇번이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미 최홍준 부장은 지난 1회 대회부터 시작해 작년 2회 대회에도 베트남야구협회 판 회장으로부터 여러번 들었던 이야기다. 최홍준 부장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심판아카데미를 열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매 경기 폭염 속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심판을 보는 심판진의 노고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제(28일) 경기가 끝나고 초청된 야구협회 관계자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주요 화제가 바로 한국 심판의 활약임을 떠올려 보면 글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다, 

어제 식사 자리에서 베트남 야구 발전의 중요한 한 가지 과제가 만들어졌다. 베트남 야구협회 관계자들이 ‘한국 심판들을 초청해서 심판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향후 베트남 야구대회를 운영할 야구심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야구에서 심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베트남야구협회 관계자가 느꼈다는 자체가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한민국 대사배’ 대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한국 심판진들의 위대함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헌신적인 마음과 희생으로 베트남 야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심판진 여러분께 두번 세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배 야구대회 자원봉사 심판진들

Leave a Reply